커버스토리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사전 속으로 사라지는 토종꽃

(사진/점차 찾아보기 어려운 꽃들이 늘고 있다. 귀중한 자원인 토종꽃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사진은 `섬말나리'.)

금강애기나리, 솜다리, 연잎꿩의다리, 기생꽃, 광릉요강꽃, 흰각시붓꽃, 깽깽이풀, 헐떡이풀, 미치광이풀….

이름도 정겨운 우리 꽃들이 사라지고 있다. 철따라 들판이나 산등성이를 융단처럼 수놓았던 들꽃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는 꽃들의 낙원이다. 꽃이 피는 식물은 3천5백여종을 헤아리고, 이 가운데 5백여종 은 꽃의 아름다움이 각별나다. 그러나 이제는 산허리를 뭉텅 베고 들어선 스키장, 골프장, 각종 휴양시설 등에 밀려 뿌리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 다.


논에서 자라던 통발도 희귀종으로 분류

환경부가 만든 ‘특정 야생동식물 분류’는 학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 거나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어 보호가 필요한 식물로 1백26종을 지정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멸종위기 식물은 섬말나리·풍난·노랑돌쩌귀·깽 깽이풀 등 16종이다.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 는 감소추세종은 자라풀, 연잎꿩의다리 등 20종, 개체수가 아주 적고 학 술적 가치가 높은 희귀종은 솔나리, 흰각시붓꽃, 기생꽃 등 49종에 이른 다. 또 보호가 필요한 한국특산종도 모데미풀, 금강제비꽃 등 41종이다. 노란 꽃잎에 흑자색의 반점이 있는 꽃을 피우는 백합과의 섬말나리는 울 릉도에서만 자라는데, 무분별하게 채취돼 멸종위기에 이르렀다. 천마산 등지에서 자라는 흰각시붓꽃이나, 제주도 및 전남 섬지방에서 나는 풍난, 나도풍난도 아름다운 자태를 돈으로 여긴 채취꾼의 등쌀로 뿌리가 뽑히고 있다. 해오라비가 양날개를 편 듯한 꽃을 피우는 해오라비난초도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제주, 경남, 경기지방의 연못이나 논밭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통발도 농약의 남용으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꽃이 됐다. ‘ 에델바이스’로도 알려진 솜다리는 사람들의 손을 피해 한라산과 중부지 방 고산지대 등 넓은 곳을 버리고, 지금은 설악산에서도 높은 곳의 바위 틈으로 숨어버렸다.

이렇게 특정식물로 지정돼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식물말고도, 숲 속이 나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들꽃들도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작란’ 또는 ‘복주머니난초’라고도 불리는 난초과의 개불알꽃은 전국의 깊은 산 초원지나 숲 속 그늘에서 자랐으나, 사람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위기에 처해 있다. 중부지방의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애기앉은부채를 비롯해 노 랑하늘말나리, 노랑매발톱 등도 좀체로 눈에 띄지 않는다. 10여년 전까지 만 해도 전국의 산지 초원에서 자라던 할미꽃도 한방약재 등으로 쓰이면 서 개체수가 줄고 있다.

이처럼 우리 꽃이 사라지면서 이를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우 리 꽃을 살리기 위한 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자생식물연구 회, 한국야생화연구소 등 민간단체들은 우리 산하 구석구석을 헤매며 우 리 꽃의 생태조사와 보존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 꽃 살리기 민간운동 활발

지난 91년부터 야생화 보급운동을 벌여온 한국자생식물협회는 매년 자생 식물전시회를 열어 희귀 및 멸종위기의 토종식물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꽃 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있다. 또 우리 꽃 재배 농가들도 구절초, 원추리, 붓꽃, 벌개미취, 비비추, 옥잠화 등을 대량 재배해 일반에 보급 함으로써 우리 꽃 살리기에 한몫하고 있다.

김태정 한국야생화연구소장은 “풀 한포기, 들꽃 하나라도 우리 생활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국민들이 깨달아야 한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산과 들에서 자라나는 들풀이나 꽃의 생태와 중요성을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창은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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