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화폭에서 동포애 피어난다

‘한열이를 살려내라’에서 ‘북녘동포를 살려내라’로.

“어떤 논리도 필요없습니다. 무조건 빨리 북녘동포를 살려야 합니다. 이 렇게 말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와 같은 말을 쓰고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 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먹을 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요.”

87년 6월항쟁 당시 ‘한열이를 살려내라’로 걸개그림의 새로운 지평을 연 최병수(38)씨. 그는 현재 북한동포의 비참한 실상을 담은 가로 2.4m, 세로 2.7m 크기의 걸개그림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제목은 <북녘의 하늘> .

“얼마 전 <한겨레>에 난 북녘동포에 관한 기사와 사진을 봤는데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구요. 한 할머니가 갈라진 논에서 곡식 낟알을 줍다가 카메 라를 바라보는 장면인데 87년 한열이가 쓰러지는 사진을 볼 때처럼 온몸 이 떨렸습니다. 그냥 작업을 시작했죠.”

이 그림은 이미 환경운동연합 겨레돕기운동본부가 만드는 유인물 등에 실 려 모금운동에 큰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걸개그림이 완성되면 북한동포 돕기 가두 모금운동 등에 활용하는 한편 우표 위에 덧붙이는 실로 만들 구상도 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다른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어요, 북녘동포를 살려내 는 데 온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어디 있겠어요.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문제인데요.”

노동해방의 힘찬 기상을 담은 <노동해방도>, 민족통일의 당위성을 웅장하 게 표현한 <장산곶매> <백두산>, 90년 4월22일 지구의 날 남산에 내걸렸 다 시사주간지 <타임>에 소개되기도한 <쓰레기들> 등 그의 그림들은 대중 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해 왔다.

그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이 걸개그림도 북한동포돕기를 위한 전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 로 붓을 잡고 있다.

김상준/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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