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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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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하수도는 혐오시설이 아닌 관광명소이다. 땅속 2천1백㎞를 거미줄 처럼 촘촘히 엮어놓은 파리의 하수도는 오래 전부터 외국 공무원들이나 관광객들의 보트시찰로 유명했다. 지난 89년 보트시찰을 폐지하는 대신 시내 콩코드광장 밑 하수도에 견학용 통로와 가교를 설치하고, 하수도 안 넓은 공간에 전시실을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하수도 박물관’ 시대가 열 렸다.
땅밑 하수도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대략 4백명이다. 이젱 라하예(38)도 이 들 중 한명이다. 파리에서 자란 그는 25세 때 하수도로 내려왔다. 최근까 지 하수도 청소일을 하다 몇개월 전부터 내방객 안내를 맡게 됐다. 그래 서 그의 설명은 생생하다.
그가 하는 일은 일종의 가업이다. 1918년 할아버지가 처음 하수도 청소일 을 시작한 이래, 아버지를 거쳐 자신까지 3대가 이 하수도에서 평생을 보 낸다. 또 삼촌, 동생 등 모두 10명의 가족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60이 넘은 아버지는 지금도 장화를 신고 하수도 안(우리식 표현으로 하자면 ‘ 막장’)으로 들어가 쓰레기들을 직접 손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앞으로 20년은 더 이곳에서 일할 것”이라는 그는 “처음 청소일을 하 러 하수도 속으로 들어갔을 땐 큰쥐들이 너무 많아 기겁을 했지만 이젠 그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웃었다. 파리 하수도엔 2백50만마리의 쥐 가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쥐들이 먹어치우는 쓰레기량이 엄청나 쥐를 잡 진 않는다.
1남1녀를 두고 있다는 그에게 “아들에게도 이 일을 물려줄 것이냐”고 묻자 “권할 것”이라고 당연하다는 투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다른 사람들은 이 직업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 가족들은 이 일의 중요성과 업 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이 해야 한다”고 간단히 설명했다.
“땅 위에 있을 때보다 땅 속에서 하숫물 소리를 들을 때가 더 평안하다 ”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왜 프랑스엔 하수도가 넘치는 일이 없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들어 있다.
파리=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