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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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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선(37) 경장은 ‘윗분’이 시키지 않은 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윗분들의 눈 밖에 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소속은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2파출소지만, 비번날만큼은 전철역이 그의 ‘일터’다. ‘공중전화 파손 보수비 한해 20억원’. 이렇게 인쇄된 스티커를, 김 경 장은 전철역 안팎을 드나들며 공중전화 부스 주변마다 붙이고 다닌다. 보 수는 물론 나오지 않고, 전철표도 공짜는 없다. 스티커도 5∼6개월에 한 번씩 박봉을 쪼갠 돈 15만원을 들여 만든다.
“지난 92년 처음으로 파출소에 배치돼 순찰을 돌게 됐는데, 공중전화 시 설이 망가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보고 놀랐습니다. 한국통신 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망가진 공중전화 시설을 고치는 데만 그때 당 시 한해 10억원이 든다는 겁니다.”
김 경장은 곧바로 파출소 동료들에게 스티커를 만들어 붙이자고 제안했지 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아내도 말렸다. 그러자 김 경장의 오기가 발동했 다. ‘나 혼자라도 하자.’ 그때부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 게 벌써 햇수 로 6년째가 됐다.
처음엔 관할구역 공중전화 주변에만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다가 2년 전부 터는 전철역을 돌기 시작했다. 이미 1호선 청량리∼인천 구간을 끝냈고, 2호선도 건대입구∼신촌 구간만 붙이면 끝난다. 2호선마저 끝내면 그 다 음은 수원쪽 국철 구간을 훑을 셈이다. 지난해부터는 스티커에 자신의 호 출기번호를 인쇄해 자원봉사자를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그가 이처럼 고생스럽게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동안에도 공중 전화 시설은 계속 부숴지고 있고, 보수비도 6년새 두배로 껑충 뛰어올랐 다. ‘장난삐삐’가 걸려오는 일은 많지만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연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따금 피곤하고 짜증도 나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부스 유리를 깨려다가도 스티커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지 않겠습 니까. 시간 나는 대로 힘 닿는 대로 계속 해야죠.”
김 경장에게는 사실 막연하지만 큰꿈이 하나 있다. 순찰 돌 때마다 만나 는 ‘거리의 아이들’을 자신이 세운 복지시설에서 돌보고 싶다는 것이다 . 경찰관 생활로 언제 돈을 다 모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안영춘 기자/ 한겨레 민권사회1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