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제1회 시민영화축제

　한국영화 잔치가 열린다. 한국영화만을 상영하는 ‘제1회 시민영화축제 가 걱世정의실천시민연합·한국영화제작가협회 주최, 서울시·`씨네21'· 영화진흥공사 후원으로 오는 4월30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막을 올린 다. 행사기간(6일) 동안 상영되는 한국영화는 매일 다르다.

개막 첫날(4.30) ‘시민이 뽑은 96년 한국영화’에선 서울시민 5백명에게 물어 선정한 한국영화를 상영한다. 1~3위로 결정된 `은행나무 침대' `투 캅스2' `꽃잎'과 허영만의 만화를 영화화한 개막초청작 `비트'가 상영된 다.

노동절인 5월1일 ‘영화-사회로 열린 창’ 부문에선 시대를 그려낸 작품 들을 내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바리케이드'에는 외국인 노 동자들을 초대한다. 2일 ‘영화에 말걸기’ 부문은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 든 단편 및 독립영화 15편이 준비돼 있다. 탑골공원 부랑자들의 삶을 그 린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 양심수 어머니들을 담은 `어머니의 보라빛 수건', 포르노배우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을 이야기한 `스윙다이어리' 등 은 색다른 감동을 던져준다. 3일 ‘가족, 그 특별한 이름’에선 가족을 주제로 다룬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농아복지회 청각 장애인을 초청하는 ` 축제'에는 한글자막이 삽입된다. 4일 ‘와우 애니메이션’ 상영작으로는 `아기공룡 둘리'와 ‘독립영화제작집단’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10편이 선정됐다. 이날은 소년·소녀 가장들이 초대된다. 마지막날인 5일 ‘신인 감독전’에는 김태균, 김기덕, 김희철, 구성주 감독의 작품이 각각 소개 된다.

일반시민들이 이 영화제를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4월1일부터 5 월5일 사이에 한국영화를 관람한 뒤 찢어진 입장권을 버리지 말고 영화제 사무국(02-754-8856, 상영기간중에는 상영장)으로 가져오면 초대권 2매를 받을 수 있다. 미처 한국영화를 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상영장에 가 한국 영화발전기금(2천원)을 내면 초대권을 받을 수 있다.

또 영화제 기간 동안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다양한 행사도 벌어지는데 낮엔 신인배우 공개오디션(5.2~3일), 밤엔(4.30~5.3 오후 6~9시) 야외극 장이 시민들의 눈과 발을 잡을 것이다. 아직 밤공기가 차갑지만 한국영화 열기는 오히려 밤에 더 후끈 달아오를 것 같다.

이런 풍성한 영화잔치는 그렇다고 지방 시민들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13 개 지방도시에서 서울 상영작 외에 영화제 마지막날 감독전이 마련된다. 지방행사 일정 및 초대감독은 다음과 같다. △순천(5월9~11일)=임권택 △ 강릉(5월23~25일)=장선우 △군산(5월27~29일)=신상옥 △안양(6월6~8일)= 이명세 △대구(6월14일~18일)=배창호 △전주(6월22일)=유현목 △수원(6월 26~28일)=김기영 △춘천(7월11~13일)=박광수 △포항(7월25~27일)=강우석 △동해=박철수 △광주=김수용 △청주=정지영 △제주=이장호(이상 날짜 미 정)

옛날처럼 ‘한국영화는 재미없어’식의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우리 영화보단 외국영화 상영관에 기웃거리는 사 람이 많다. 복마전을 탈피하지 못한 한국영화계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시 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확인하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