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북리뷰-토니 블레어

존 소펠 지음·김구철 옮김, 당대 펴냄, 1만원

 오는 5월1일 세계인의 이목은 영국 런던의 노동당사에 모일 것 같다. 2 0세기들어 가장 젊은 마흔네살의 영국 수상이 탄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토니 블레어(44) 영국 노동당 당수. 지난 94년 불과 41세의 3선 의원으로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 총재에 선출된 이 변호사 출신의 젊은 정치인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영국 밖에서는 그리 큰 주목을 끌지 못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올해 영국의 총선에서 18년 만에 노동당이 보수당을 누르고 집권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지면서 그는 유럽 및 세계 정치무대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했다. 영국의 대중지 `선'이 공개적으 로 지지를 선언할 만큼 압도적으로 높은 여론조사의 예측대로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79년 대처가 집권한 이래 한 시대를 풍미한 대처리 즘도 종언을 고하고 노동당이 주도하는 새로운 제3의 영국식 복지국가 모 델이 제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치학계가 이번 총선을 “새로운 사회질서의 도래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도서출판 당대에서 나온 `토니 블레어'(존 소펠 지음·김구철 옮김)는 노 대국 영국의 21세기를 ‘창조’할지 모를 젊고 패기만만한 정치인 토니 블레어의 전기이다. 40대 초반의 정치인에게 전기는 아직 빠른 감이 있지 만, 그의 전기는 영국의 부흥을 외치는 젊은 정치인들이 무엇을 고뇌하고 준비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블레어 의 가족사와 성장과정을 비롯해 그가 정계에 뛰어들어 완고하게 굳어진 노동당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과정 그리고 마침내 41세의 나이로 노동당 총재에 선출되기까지의 과정을 밀도있게 다루고 있다. 블레어의 모토는 ‘변화’이다. 그리고 이념보다는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전통 적으로 좌편향적인 노동당 내 우파의 리더로서 노동당 노선의 개혁(그는 이것을 ‘현대화’라고 말한다)을 주장했다. 총재로 선출된 뒤에는 과감 하게 보수적인 경제·세제정책을 도입하는 중도노선을 채택함으로써 만년 야당체질의 노동당을 집권을 바라보는 정당으로 바꾸고, 노동당에 대해 전통적으로 비판적이던 중산층의 상당수를 지지세력으로 돌려놓았다. 그 래서 그는 당내 비판자들로부터 ‘토리(보수당의 옛이름)블레어’라는 다 소 야유섞인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노선은 18년 장기 집권의 보수당의 매너리즘과 정책 실 패에 대해 심한 염증을 느끼고 있는 많은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서 노동당의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한편 블레어가 노동당에서 정치적으로 성공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노동당 으로서는 다소 이질적인 출신성분인 그가 스스로 노동당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기도 했지만, 많은 부분 그의 성공은 학연 지연 등 을 떠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는 영국 정치 풍토에 힘입은 바 크다. 정 치 선진국 영국의 저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우리 역시 올해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앞두고 있다. 희망으로 출발했던 문민정부가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돌아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우리는 어떤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지를 노동당의 ‘총리 만들기’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기다리는 많은 한국의 진보세력에 노동당 의 집권을 향한 대변신은 ‘이념과 현실의 조화’라는 목표를 다시한번 생각케 할 것 같다.

토니 블레어는 53년 에든버러에서 출생했다. 그의 아버지는 삼류 댄서와 유랑극단 배우 사이에서 태어나 한때 버려진 사생아였으나 명문대학의 교 수로 성공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블레어란 성도 아버지 양부의 성이다. 블레어가 정치인이 되기 전에 이런 어두운 가족사는 아버지만이 알고 있 던 비밀이었다. 그러나 옥스퍼드 법대 출신의 변호사였던 블레어는 노동 당이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했던 83년 선거에서 처음으로 하원의원에 당 선돼 정계에 진출한 뒤 10년 만에 노동당 총재에 오르는 등 초고속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성공가도를 달려왔다.

현재 토니 블레어와 노동당은 메이저 총리의 보수당과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다. 유권자 56% 지지라는 여론조사대로 오는 5월1일 노동절 총 선에서 영국 노동당이 승리한다면 `토니 블레어'는 한국에 소개된 신임 영국 총리의 가장 상세한 이력서가 될 것이다. 지은이는 영국 BBC방송의 하원 출입기자.

이인우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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