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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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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지난해 11월 2차대전 당시 일본 가미가제를 소재로 한 `제 로전투기'로 공쿠르상을 수상(`한겨레21' 135호 참조)한 파스칼 로즈(36) 와 한국언론사상 최초로 인터뷰를 갖고 문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 다. `제로전투기'는 2차대전 당시 해군장교로 가미가제에 희생당한 아버 지의 죽음을 추적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인터뷰는 파리 17구 파스칼 로즈 의 자택에서 이뤄졌다.
-공쿠르상 수상으로 단번에 유명작가가 된 것을 축하한다.
=유명작가라? 글쎄 나는 방금 처녀작을 발표한 초보작가다. 수상작은 첫 단편집에 이은 두번째 책이다.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내 속에 숨어 있는 뭔가 미지의 것을 찾아내고 싶었다.
-이 소설을 쓰는 데 얼마나 걸렸는가.
=2년 걸렸다. 원래 글쓰기가 직업이 아니었기에(그는 연극배우를 거쳐 어 린이 글쓰기 교실을 운영했다) 자주 작업을 중단했다.
-비평가들은 당신의 소설이 어느 정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는 데.
=완전한 오해다. 픽션이다.
-당신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가. 소설처럼 불행했는가.
=아버지는 해군장교였고 4남매 중 장녀로 베트남에서 태어나 남프랑스의 툴롱에서 자랐다.
-`제로전투기'에서 당신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소설을 시작할 때 나는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마지막 부분은 어떻게 될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소설 은 죽음과도 관계있다. 죽음을 정면에서 직시하든지 파스칼식의 여흥, 곧 그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든지…. 소설의 화자인 로라 칼슨은 죽음 에 집착하고 있다.
-좋은 소설을 위해선 무언가 특별한 게 필요한 것인지.
=언어에 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주제도 아니고 모험이나 감동적인 사랑이야기, 또는 로마네스크한 줄거리도 아니다. 소설은 우선 적으로 언어에 대한 작업, 말의 기술이며 어떤 말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 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 책은 삶이 아니라 삶의 표상일 뿐이다. 문 학이란 말하자면 삶을 변형시켜 표현하는 기계 같은 것이다. 현실이 있고 그뒤에 책이 있다. 좋은 소설이란 문학의 법칙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잘 찾아내는 것이다.
-많은 작가지망생들에게 작가로서 하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
=모두 버리거나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 쓰고 다시 쓰고 무한정 뜯어고 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어떤 책을 주로 읽는가.
=폭넓게 읽는다. 오늘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죽음의 병'을 다시 읽었다. 또 러시아문학을 특히 좋아한다.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등 …. 잘못인 줄은 알지만 현대문학은 별로 많이 읽지 않는 편이다.
-좋아하는 소설은.
=너무 많아 대답할 수 없다. 굳이 택하라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쯤 될 까.
-공쿠르상 수상 뒤 비평가들은 당신을 마르그리트 뒤라스에 자주 비교하 며 뒤라스와 닮은 점이 많다고 이야기하는데.
=뒤라스는 나를 작가로 태어나게 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다. 둘다 간결 한 필치로 쓴다는 점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글쓰기 스타일이 유사한지는 의문이다. 뒤라스의 소설은 막 달려가는 것처럼 순간순간을 긴박하게 쓰 는데 나의 소설도 그런가?
-프랑스문학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힘든 질문이다. 프랑스어 또는 프랑스문학은 명료하고 순수하고 때로는 간결한 맛이 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가. 그리고 문학이 정치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대문호들 중에는 참여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그들을 존경한다. 톨스토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문학가였 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사상을 위해 사회에 적극 참여했다.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사회와 무관한 정말 순수한 문학이 존재할 수 있을지, 글쎄 아마 없을 것이다. 언제나 소설은 그 사회 환경을 반영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늘날 전세계는 문화적인 미국화를 맞고 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미국문화의 침입에 대해 프랑스작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완전한 재앙이다. 프랑스의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번역된다면 프랑스문 화를 세계에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학의 외국어 번역작 업도 미국문화의 독주에 저항하는 하나의 투쟁방법이 될 것이다. 삶에서 도 마찬가지다. 나는 프랑스인으로서의 삶을 사랑한다. 미국식 삶은 단 하루도 참아낼 수 없다. 햄버거 같은 음식은 증오할 정도다.
-마지막으로 21세기의 문학을 전망해 본다면.
=문학은 뭔가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업적 측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모험이나 서스펜스, 변화를 추구하는 소설들이 잘 팔릴 것이다. 문학적 경향으로 볼 때는 시와 소설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관찰 이다. 소설, 시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시가 소설의 영역을 침범하기도 하고 말이다. 시의 엄격성 같은 것은 무너지고 있고, 소설의 영역도 재조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파리=최연구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