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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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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밴드는 좀 난데없다. 맨체스터 출신이고 90년대 초중반 데뷔했다면 지 난번에 소개했던 스톤 로지스나 오아시스의 후배들일 텐데, 후배치고는 좀 과묵하고 시건방져보인다. 앨범의 이름과 표지도 난데없다. 앨범 표지 에는 불친절하게 K라고만 써 있다. CD 측면에 K라고 쓰여 있으니 앨범 이 름이 맞기는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도대체 K가 뭘까…. 앨범 표지에는 케 네디(Kennedy), 마틴 루터 킹(King), 그레이스 켈리(Kelly)같이 K로 시작 하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킹콩(King-Kong), 기사(Knight), 열쇠(Key) 등 이 그려 있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그들의 실체를 알기 힘들다. 중앙 에 그려진 인물이 크리슈나(Krishna)라는 사실이 실마리다. 그리고 쿨라 셰이커라는 밴드 이름이 인도의 왕 이름이었다는 해설지의 친절한 설명을 접하면 궁금증은 대략 풀린다. 그럼 음악은?
‘예상대로’ 몽환적이다. 젊은 팬이라면 낯설지 몰라도 올드 팬이라면 당장 60년대 중후반의 사이키델릭 록을 떠올릴 것이다. 버섯구름이 피어 오르는 듯한 시각적 이미지를 던져주는 사운드. 맞아, 그때 푸른 눈의 ‘ 양놈들’에게 인도는 ‘타락한 서구문명’에 대한 대안의 상징이었지…. 탐보라, 타블라 같은 아직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인도의 타악기를 사용 한다든가, 범어(산스크리트어)로 된 가사가 있다든가 하는 점은 이들의 정신세계가 그때 못지 않게 ‘otherworldly’(초속적·超俗的)하다는 점 을 증명해준다. 게다가 작년에 타계한 그레잇풀 데드(Grateful Dead)의 리더 제리 가르시아(Jerry Garcia)에 대한 ‘죽을 때 은혜로운’(It's gr ateful when you’re dead)이라는 문장의 추도문을 곡의 제목으로 삼았다 . 마치 60년대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영원’이라는 환상이 엄습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금, 또 왜 하필이면 그곳에서, 또 젊은애들이 이런 사상을 표현했는지는 궁금하다. 영국의 반문화의 역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 일명 지피(zippies)라고 불리는 ‘포스트히피 문화’가 줄기차게 존재 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쿨라 셰이커가 이 문화와 밀접히 관련을 맺 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어쨌든 ‘국민성’을 강조하는 최근 ‘영국 유 행가(브릿팝?)’의 주류에 비한다면 색다른 경험. 단, 이제 히피 반문화 가 전면적으로 부활한다고 생각하는 ‘늙고 따분한’(Old Boring) 히피의 망상이니 절대 금물. 록 음악은 일반적 트렌드가 아니라 국지적 사운드로 산개해 있고, 어쩌면 그게 더 생산적임.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