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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주문표 사라진 증권거래

증권거래를 하려는 사람은 예외없이 증권사 객장에 마련된 주문표를 작성 해야 한다. 하지만 매수·매도·정정·취소 등 4개 부분으로 이뤄진 주문 표 작성은 헛갈리기 십상이다. 용기를 내 증권사 직원들에게 부탁하기도 하지만, 번거롭기는 마찬가지다. 버려지는 종이도 만만찮다.

동서증권 객장에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 주문표가 사라졌다. 주문표 대 신 직원들이 컴퓨터 단말기에 직접 매수·매도 약정을 입력하게 된 것이 다. `주문표 없애기의 주인공은 동서증권 업무개발팀 허태완(36) 과장이 다. “주문표는 사실 불필요했던 것입니다. 전산시스템의 기술적 한계로 객장에 비치된 매매전용 단말기가 1~2개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단말 기 담당직원은 한두명이고 주문을 받는 직원은 10~20여명이나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주문표를 작성해야 했죠.”

그러나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증권사에서 자체 전산망을 구축하면서 직원들에게 단말기를 하나씩 나눠준 것이다. 허씨는 지난해 8월 회사에서 자체 전산망을 구축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다면 주문표도 없앨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요지의 제안을 하게 됐다.

처음엔 직원이나 손님이나 단말기에 익숙하지 않아 주문표에서 쉽게 벗어 나지 못했다. 그러나 초기의 적응기가 지나면서 직원들 사이에서 환상적 이라는 탄성이 쏟아졌다. “손님의 부탁으로 주문표를 작성하면, 단말기 담당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의자에서 일어나야 했습니 다. 이런 번거로움이 한꺼번에 없어졌으니 좋아할 수밖에 없죠.”

허씨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데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증권거래 규 정에는 반드시 주문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돼 있었습니다. 규정을 바꿀 수 없다고 지레 포기했다면 주문표를 없애는 데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 렸을 겁니다.”

이용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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