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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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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선
가족 가운데 암환자가 유난히 많은 집안이 있다. 어떤 집안은 암환자가 너무 많아 집안에 암이 잘 발생하는, 이른바 암체질이 있지는 않나 의심 이 든다고 한다. 이런 암체질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은 암환자가 있는 집 안에서는 특히 심각하다.
암의 체질성을 이해하려면 암의 원인과 발생에 대한 약간의 지식이 필요 하다. 암이란 암세포가 증식하면서 생기는 병이다. 이때 암세포는 외부에 서 몸안으로 침입한 것이 아니라,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한 것이다. 이 렇게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려면 암유전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런 구실을 하는 것이 이른바 발암물질이다. 실제 인간을 위협하는 암의 약 8 0%는 화학물질이 원인이고, 나머지 20% 가량은 바이러스나 방사능 및 자 외선에 의해 생긴다. 결국 인간의 세포가 발암물질에 노출되면서 잠자고 있던 암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암세포로 변하는 것이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뒤 암발생까지는 통상 15~20년 정도의 세월이 걸린다. 따라서 개개인의 차원에서 특정 발암물질과 암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암이 발생했을 경우, 발암물질이 기여 한 정도와 체질이 기여한 정도를 평가하는 일 역시 아주 어려운 일이다. 체질 곧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암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암으 로는 혈액암의 일종인 만성골수성 백혈병과 눈에 생기는 망막아세포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발생한 유전자의 불안정 또는 결함이 암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발생한 것이다. 또 암은 아니나 암이 자주 발생하는 병변(전암병변)이 있는데, 이것 역시 상당수는 유전적인 소질에 의해 발 생한다.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암체질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 다.
사실 발암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암의 경우에도 체질적 요소가 어느 정도 는 관여한다. 동일한 발암물질에 똑같이 노출되어도 암발생에는 개인차가 있는 것이다. 이는 발암물질에 대응하는 신체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 다. 그리고 이런 개인차는 대체로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다. 다시 말하면 발암성이 강한 물질이나 다량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대부분의 사람은 암 에 걸리지만 발암성이 약하거나 소량의 발암물질에 노출되면 체질적으로 발암물질에 대응하는 능력이 약한 사람만 암에 걸리는 것이다.
체질적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암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암의 유전은 흰 개와 검은 개가 결혼하면 얼룩강아지가 나온다는, 곧 반드시 그렇게 돼야만 하는 식의 단순한 멘델법칙에 의한 유전은 아니다. 대부분의 암이 유전적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발암물질이란 환경적 요소가 없으면 발생하 지 않기 때문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