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적개심으로 스트레스 푼다

별것도 아닌데 직장 상사가 매번 생트집을 잡는다. 공들여 작성한 기획안 을 꼬투리잡아 퇴짜를 놓기도 한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고 원통하 다. 참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렇다고 풀어버리자니 뾰족한 수도 없다. 기껏해야 술 아니면 담배로 화를 달래지만, 몸만 축날 뿐이다. 이 런 직장인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방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스트레스 해소방에 들르면 마음껏 분풀이를 할 수 있다. 기관총 난사, 접 시 깨기, 소리지르기 따위를 하고 나면 맺혔던 스트레스가 조금은 사라진 다. 간섭하는 이도 없고, 말리는 이도 없다. 완전한 일탈의 자유가 주어 지는 것이다.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한다.


총 난사, 접시 깨기 등 공격본능 자극

먼저 기관총 난사. 사격실에 들어서면 6대의 기관총이 설치돼 있다. 4대 의 기관총으로는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며 총알을 난사한다. 벽에는 광할 한 우주도가 펼쳐져 있고, 8개의 혹성들이 빨간불을 반짝이며 과녁임을 알린다. 총알이 과녁에 맞으면 벽 양쪽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통쾌한 폭발 음이 울려나온다. 일부러 과녁을 겨냥할 필요는 없다. 그러다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기 십상이다. 회사원 박아무개(32)씨는 “폭발음도 시원하 지만, 형광색 총알이 벽면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는 것을 보는 것도 후 련하다”며 웃는다.

나머지 2대의 기관총으로는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다. 군복을 입은 마네킹 이 적군이다. 마네킹은 앞뒤로 움직이며 총알을 피하려 애를 쓴다. 10초 동안 마네킹을 맞추지 못하면, 마네킹의 끽끽대는 비웃음을 들어야 한다. 승부에 집착하다보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쌓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 해소방의 압권은 접시깨기다. 접시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직 장 상사일 수도 있고, 잘난 체하는 동료일 수도 있다. 1천원을 내고 접시 3개를 받아 3m 앞에 서 있는 마네킹을 향해 힘껏 던진다. 마네킹에 부딪 혀 산산히 부서지는 접시를 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가 흩어지는 듯한 통 쾌함을 맛본다. 마네킹의 머리와 가슴에는 빨간 페인트가 칠해져 접시를 던지는 이의 공격본능을 자극한다. 접시깨기는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 는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고 한다.

접시깨기로 성이 안차면, 도자기를 깰 수도 있다. 도자기를 던져 깨거나, 보도블록 위에 올려놓고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박살내는 것이다. 도자기는 5천원짜리와 1만5천원짜리 2종류가 있다. 비싼 것을 깨뜨릴수록 스트레스 도 더 많이 풀릴 것이라고 선전하지만, 개업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1만5 천원짜리 도자기들은 흠집 하나없이 성하다.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고 싶다면…

값싸고 손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역시 소리지르기가 제격이다. 1 0초 동안 젖먹던 힘까지 짜내 고함을 지르고 나면 가슴 속에 뭉친 응어리 를 다소 풀 수 있다. 소리지르는 데도 돈을 내야 하나 싶지만, 눈치 안보 고 소리지를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는 도심 속에선, 그런대로 반가울 수 도 있다. 흥미를 끌기 위해 소리의 크기를 측정해 점수를 매길 수 있도록 했다. 1천점 이상이면 에펠탑 꼭대기에 불이 들어온다. 목소리가 작은 사 람은 자칫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는 흠이 있다.

이 스트레스해소방을 연 이영식(37)씨는 “회사에서 임금동결이나 감원바 람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 아직은 오락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조만간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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