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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에게 |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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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태는 정경유착의 부패구조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를, 삼미의 부도는 문어발식 재벌 확장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주 었다.
‘재벌구조가 우리 경제의 대안인가?’라는 의문이 증폭되는 지금, `한겨 레21'에서 새롭게 기획한 ‘격동하는 재벌’ 첫번째 기사를 눈여겨 보았 다. `한겨레21' 답게 날카로운 시각으로 재벌구조의 혁신 방향을 심층적 으로 분석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읽었지만, 남은 것은 ‘엄청 난 실망’이다.
기사 내용은 대우그룹의 ‘사보’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세계경영’ 의 현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을 뿐, 심층적인 분석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단지 대우그룹에서 제공했을 것이라 짐작되는 현란한 숫자 놀음 과 ‘해외지역 본사제’가 추진되어 ‘세계경영’이 2단계에 들어섰다는 말뿐이다. ‘격동하는 재벌’이라는 거창한 기획명을 달았으면, 대우의 ‘세계경영’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방향성 제시까지는 힘들더라도, 최소 한 대우가 진출한 지역의 현지 반응이나 재벌의 해외 투자가 우리 경제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 정도는 짚어야 되지 않았을까.
더구나 김우중씨의 현지인을 미개인 취급한 오만한 발언을 그대로 실은 것은 충격이었다. “기회가 많은 지역은 대부분 우리보다 경제발전이 10~ 20년 뒤진 곳이다. 70, 80년대 열심히 뛰던 사람이 보면 향후의 변화가 손금 보듯 훤하다(기사내용 중.)”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정경유착과 문어발식 확장으로 덩치만 키워온 한국재벌의 모습을 미개한(?) 사회에 심겠단 말인가. 김우중씨의 이 말은 ‘해외경영’의 본질이 철저하게 현 지인을 무시하고 있음을 나타내며, ‘해외경영’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꿈꾸는 것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격동하는 재벌’ 기사를 읽고 실망하며 덮은 `한겨레21' 뒷표지에 선명하게 찍인 ‘JAPAN TOBACCO INC. 마일드 세븐’ 광고는 나를 더욱 씁쓸하게 했다. 독자의 바람을 충실히 반영하여, 언제 나 날카롭고 깨어있는 `한겨레21'을 바란다.
신희주/ 서울시 서초구 방배2동 428-24 201호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