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한겨레21 153호를 말한다


무엇을 위한 ‘3김담합’인가

커버스토리 ‘3김담합, 함께 살아남자’는 우리 정치사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는 기사였다. 3김은 몇십년 동안 한국정치를 주물러 왔고 현재도 실세 노릇을 하고 있다. 그들이 만수무강할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에 있 을까. 그것은 지역을 볼모로 삼고 정치적 변신을 능숙하게 한 결과일 뿐 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등을 돌리는 적이 되었다가도 생 존의 위기에서는 공동운명체를 이루는 뒤틀린 의리를 발휘하기도 하는 3 김이다. 동지적 의리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으면서도 정치적 동거체 제를 유지할 수 있는 3김의 전략에 국민들이 파열구를 내야 한다. 그들이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에서는 민족의 21세기 비전을 마련할 수 없을 것이 라 생각한다.

유지훈/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2가 벽산아파트 103-1204


정쟁과 부패의 고리부터 잘라야

반세기에 걸친 굴절된 현대사의 대부분은 과도한 1인권력 집중체제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장기적으로 내각제를 채택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 일각에서의 내각제 개헌론은 당 위성보다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정파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철새처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정치권에서 자신 의 위치와 유·불리에 따라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를 왔다갔다하는 것은 정권욕에 집착하는 태도라서 실망스럽다.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과 의원들의 부패비리가 판치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의원내각제로 정치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은 역부족이 아닐까 한다. 의원내각제를 또다시 망칠 수는 없는 일이다.

장윤재/ 대구시 서구 내당4동 340 광명아파트 3-602


제도는 20세기, 발상은 15세기

지금의 난국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라 생각한다. 제도는 20세기인데 우리의 발상은 아직도 조선의 선비들 수준을 넘지 못 하고 있다.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문제도 그렇고 사법기관이 권력의 시녀 로 변질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아야 한다. 봉건시대 왕의 권력은 주 권자인 왕에게서 나오므로 그 권력을 아들에게 세습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것이 므로 법과 절차에 따라야 마땅하다. 충(忠)의 방향이 주권를 향한다면 봉 건시대는 왕에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을 향해야 한다. 현재의 사법 기관과 언론은 정태수리스트를 이용해 한보청문회를 무력하게 하고 있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다. 사법기관과 언론은 15 세기의 발상에서 벗어나 20세기의 발상으로 전환해 국민의 불신과 좌절을 신뢰와 희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김태형/ 충남 서천군 기산면 산정리 190


정권붕괴보다 중요한 게 있다

포커스 ‘김현철은 여전히 황태자’를 읽으며 검찰의 김현철씨 수사에 대 한 애초의 의구심이 자꾸만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넘어 분 노를 느꼈다. 앞만보고 나가는 수사를 하겠다는 중수부장의 다짐은 공염 불이 되고 있다. 수사진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정면대결을 피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환된 정치인과 김현철씨 주변인물에 대한 수사도 모양내기 에 그친 느낌이다. 검찰은 한보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올곧은 원칙이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검찰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점은 김현철씨 구속에 따른 정권붕괴 가능성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는 나라의 체계와 분노한 민심이란 것을 똑똑히 기억하기 바란다.

김태수/ 전남 목포시 상동 현대아파트 `102-1201


국민은 ‘황태자’를 두지 않았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대에 김현철이라는 일개 시민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시끄러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민다. 참으로 분통 넘치는 일이다. 한보사태의 주역이며 이 나라의 국정을 마음대로 흔든 이 른바 ‘황태자’는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의 염원 이며 이 나라의 장래가 걸린 일이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그 만두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현철씨의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고 법적인 처벌을 하는 길밖에 없다. 설상 이 나라의 헌정이 중단되는 사태 가 발생하더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할 일이다.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땅 에 김현철씨와 같은 ‘황태자’는 더이상 필요없다고 말이다.

강욱성/ 경북 영주시 하망2동 546-6


자원봉사, 일본에 배우자

월드 ‘일본을 이끄는 자원봉사제’를 읽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중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성적에 반영하고 기업체에선 신입사원 채용시 그 경험을 따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경험일 뿐이다. 자원봉사제 가 실제로 내용을 가지고 이루어지기보다는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 기 때문이다. 일상에 뿌리를 둔 생활이 아니라 선행에 머무르는 것도 안 타까운 일이다. 우리도 정부나 사회단체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적절한 ‘ 자원봉사시스템’을 만든다면 무너진 사회공동체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 리라 믿는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처지나 시간에 맞는 자원봉사를 선택 해 일상적인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게서 배울 게 있다 면 배우는 게 바람직한 일이다.

이상대/ 경남 진주시 상대2동 311-64


월급쟁이 짓밟는 방송 드라마

라이프 ‘월급쟁이 맨발로 뛴다’와 문화의 ‘텔레비전 보면 신데렐라 된 다?’를 읽고 두번의 긴 한숨을 쉬었다. 한번은 월급쟁이의 아내로서 느 끼는 공감으로 한번은 서민들의 애환을 외면하는 몇편의 방송국 드라마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다. 뛰어오르는 물가에 반찬값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먼 곳에 있는 대형할인매장을 마다하지 않는 현실이다. 어디 그뿐인가. 옷 한벌 구입한 게 언제인지 모르고, 레스토랑 외식은 꿈이 되어 버렸다. 신데렐라류의 드라마는 동경이나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소외감의 상처일 뿐이다. 방송사는 시청률과 드라마적 재미가 중요할 것 이다. 하지만 그것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는 서민들에게 ‘일할 맛 안 난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드라마가 서민들의 지친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주기를 바라는 것이 너무 무리 한 욕심일까.

김은진/ 서울시 양천구 신월7동 시영아파트 7-505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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