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겨레21

다른 대선주자들 “당신, 한 일이 뭐야!”

 “이수성 고문이 당을 위해 한 일이 뭡니까. 입당한 지가 며칠됐다고 대선후보나 경선 출마를 운운합니까.”

신한국당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 고문의 경선 출마에 대해 한마디로 `‘ 웬 무임승차?’라는 반응이다. 당의 한 당직자는 “이회창 대표나 박찬종 고문, 이홍구 고문은 지난해 총선 직전 여당이 과반수 획득에도 실패할 것이라는 위기상황에 입당해 총선을 사실상 승리로 이끄는 데 공헌을 한 공적이라도 있지만, 이수성 고문은 당을 위해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 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어려움에 처한 민주계의 대타가 됨으 로써 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 당직자는 “만일 이 고문이 당내 대선주자들의 혼전 속에 민주계쪽의 지원으로 ‘어부지리’를 얻는다면 앞으로 큰 꿈을 가진 사람은 다들 정치판 바깥에서 안전하게 있다가 판이 마련되면 눈치봐서 끼어들지 누가 어렵고 험난한 정치판에 미리 들어와 고생하겠느냐”고 덧 붙였다.


여권 판 자체가 깨질 수도

이러한 시각은 영입파보다는 김윤환 고문 등 당내파나 기성 정치인 출신 진영이 훨씬 더 강하다. 이들은 아직은 가장 앞선 라이벌인 이회창 대표 를 의식해 이 고문에 대한 견제를 표면화하고 있지 않지만 이 고문이 민 주계의 도움을 받아 `‘뜨는’ 실제 상황이 닥칠 경우 좌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계 독자후보론자인 김덕룡 의원 진영도 적극 반대론자에 포함된다.

이 고문의 후보 진입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쪽은 뭐니뭐니 해도 김 윤환 고문이다. 이 고문의 후보 진출은 김 고문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자 버팀목인 TK(대구 경북) 맹주 자리를 위협당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이다. 하늘에 태양이 하나 있듯이 한 지역의 대표자가 두명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고문의 한 측근은 “이북에서 태어나 서울 등 타지에서 성장하고 그동 안 TK를 찾지도 않았던 그가 뒤늦게 TK 행세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다. 김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고문은 현 정 국 위기를 몰고온 노동법 사태에 어쨌든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난 사람 아니냐”며 “그런데 왜 벌써부터 후보 운운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고 말했다.

영입파 가운데 대중성에서 가장 앞선 박찬종 고문쪽은 `‘이 대표 아니면 우리’라는 판단 아래 이 고문의 후보 입성은 눈뜨고 볼 수 없다는 태도 이다. 박 고문쪽에서 보면 이 고문의 급부상은 자신이 공들인 민주계의 상실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 고문의 등장에 가장 긴장한다. 박 고문의 한 측근은 “그런 상황을 가만히 수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넌즈시 제3의 선택 가능성까지 내비췄다.

이와 관련해 김 고문과 박 고문은 최근 회동에서 이 고문의 대선후보 진 출을 막는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차하면 당을 깰 수도 있다는 배수진까지 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쪽은 현재 겉으로는 “이 고문이 후보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며 느긋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내심 이 고문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 고문의 후보 진출을 결 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감추지 않는다. 이 고문의 후보 진출은 최 대 계파인 민주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뜻하며, 이는 곧 자신에 대한 김 대 통령의 ‘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대 결단’을 내리는데 주저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고문의 경선 출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단 김 대통령의 마음이 이 고문에 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수준 정도로 관측된다.

그러나 이 고문이 민주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가시화되고 이를 통해 ‘김 심’의 소재가 확인될 경우 이들 적극적 반대세력이 마지막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편 이한동 고문쪽은 “이 고문이 당내 기반이 전혀 없는데 후보가 쉽게 되겠느냐”면서 “그의 출마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내심 불쾌해하기는 마찬가지 다.

민주계 출신 주자들의 반응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꿈을 접은 쪽은 이 고 문의 진출을 찬성하지만, 꿈이 강한 쪽은 반발한다. 민주계 독자후보론을 주장하는 김덕룡 의원은 “민주계 대안론이나 제3후보론은 현철씨쪽이 꾸 민 것”이라며 이 고문에 대한 포문을 이미 열었다. 이 고문에게 민주계 를 언감생심 넘보지 말라는 경고인 것이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최종 경선 참가자는 이 대표와 김 의원, 박찬종 고문 정도가 될 것”이라며 “ 이 고문은 이번에는 경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다만 최형우 의원쪽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미리 편을 갈라서 는 안 되며, 이 고문은 훌륭한 자질이 있는 사람”이라며 이 고문에게 호 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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