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997년05월01일 제 155호

한총련 방북 올해도 계속되나

(사진/93년 8월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범민족대회. 올해도 한총련 대의원대회는 조국통일위원회의 주요한 조직적 과제로 `범청학련 강화'를 꼽고 있다.)

베를린 범청학련 공동사무국은 청년학생의 3자연대 통일운동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조직이다. 그러나 출발할 때의 거창한 정치적인 의미에 비해, 이제는 그 조직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활동력과 영향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의 가장 큰 지원세력이어야 할 남한 통일 운동은 그 ‘3자연대 운동방식’을 두고 논란중이다. 이들로서는 자신의 존립근거를 두고 벌어지는 이런 논란과 논쟁이 착잡할 것이다.

‘방북’이뤄질 경우 식량난과 연계

원래 3자연대 통일운동 원칙은 말뜻 그대로 풀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통일의 주체가 남·북·해외동포들이고, 이들이 합의하는 연대 운동이 통일의 지름길이라는 그야말로 상식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통일운동의 초기부터 합의됐다. 그러나 80년대 말 이후 학생운동 의 대중동원력에 기반한 대중적 통일운동이 범민족대회라는 형식으로 해 마다 이어지면서 정치적 구호를 앞세우고 선도투쟁 위주로 진행되는 운동 방식에 대한 내부의 비판이 불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3자연대라 는 대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남한 내 통일운동의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 는 무리한 3자연대 방식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세력들이 조직적인 움직 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95년부터 본격화한 통일운동 내의 이견과 분열은 조직적으로는 조국 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과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민족회의)로 나뉘어 전 개됐다. 사회운동의 분열은 학생운동에도 영향을 끼쳐 이른바 민족해방계 열(NL)이 ‘자주대오’와 ‘사람사랑’으로 나뉘는 데로까지 확대됐다. 한총련의 주류를 이루는 자주대오는 이에 따라 무리한 3자연대방식이라고 비판받는 한총련 대표의 방북을 올해도 그대로 실행할지에 대해 조직적인 고민을 진행중이다. 한총련의 한 간부는 “올해는 대선도 있고 무리한 방 북이 국민정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 라고 밝혔다. 한총련은 방북과는 상관없이 오는 7월28일부터 쿠바 아바나 에서 열리는 제14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낼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북한대표단과의 자연스런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 전문 가는 “방북을 하더라도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있는 방식으로 될 것”이라 는 견해를 보였다.

통일운동 대중화와 직결된 문제

베를린 범청학련 공동사무국과 관련한 한총련의 정책은 매년 비슷하다. “조직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도 역시 한총련 대의원대회 는 조국통일위원회(위원장 이준구 건국대 총학생회장)의 주요한 조직적 과제로 ‘범청학련 강화’를 꼽고 있다. “범청학련의 물질적, 대중적 지 반을 넓혀줘야 하는 것은 물론 공동사무국을 확대·재편해야 한다”는 희 망섞인 문구로 구체화되어 있다.

한총련의 조직적인 노력이 있다 해도, 범청학련 공동사무국의 활성화는 궁극적으로 남한 통일운동의 대중화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다. 한총련은 “범민련 남쪽본부와 전국연합이 8월대회에 대한 합의를 본다면 그 합의 에 복종한다”고 밝혀 공동의 행사와 운동방식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 로 보인다. 공동사무국의 전망과 관련해 한 전문가는 “해외에서 전문적 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업을 개발해 배낭여행 학생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정도로 친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