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재일동포 조국참정권 회복운동 헌법소원 통해 본격화

(사진/2세 3세로 내려갈수록 흐려지는 민족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조국참정권은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조국참정권 회복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재일동포 이건우씨.)

재일동포의 조국참정권 회복운동(`한겨레' 96호 참조)이 헌법소원 을 통해 본격화한다.

지난해부터 재일동포의 조국참정권 회복운동을 벌이고 있는 ‘재일국민의 조국참정권 회복을 위한 시민연대’(회장 김영호 교수) 모임은 8·15를 전후로 헌법소원을 벌이는 등 참정권 회복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계획이 다. 헌법소원과 때를 맞춰 재일동포 1·2·3세로 이뤄진 헌법소원 원고단 20명도 한국을 방문한다. 이를 위해 사무실(02-734-5252)을 확보하고 모 금운동, 토론회 등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올해의 대통 령선거는 이들에게 참정권 회복에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조국참정권 선진국 대부분 일반화

재일동포의 조국참정권 회복운동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재일동포들에게 선거권을 보장해 해외국민에게도 국정 참여의 길을 열어주자는 뜻으로 시 작됐다.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이미 일반화된 해외국민에 대한 선거권 보장을 우리나라에서도 실현해보자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재일동포 이건우(45)씨는 “광복이 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일본동포는 아직 광복을 맞지 못했다. 나라가 망해 난민이 된 재일동포들은 국권이 회복된 뒤에도 국민으로서의 위상을 되찾 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영토 안에 있는 사람들만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낡 고 협소한 영토주의를 대한민국 정부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다. 그는 또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일동포를 40만이라고 치 면 이중 30만명은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구 2~3개에 해당하는 숫자다. 이들이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재일동포들의 민족교육에 힘쓰는 이를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다. 올해 하 지 못하면 다시 5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피선거권은 있으면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선거권은 주어지지 않는 모순된 현실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재일동포들에게 주민등록이 없어 투표권이 나오지 않는 데 비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 통령·국회의원 선거에는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이 있기 때문에 빚어 지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헌법소원은,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 현실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과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또 주민 등록을 하는 이에 한해서 선거권을 보장하는 선거법과 주민등록법의 문제 점도 지적할 계획이다. 해외거주 국민들의 투표권 제한에 대한 문제제기 는 이미 올해 3월 프랑스 장기체류자 2명에 의해 이뤄진 바 있다.

참정권 획복은 왜곡된 역사 바로잡는 일

이들은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에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국외거 주자를 부재자 신고대상에서 제외하고 국외에 부재자투표소를 설치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외거주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 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일동포들의 참정권 회복 주장은 이와 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헌법소원을 맡은 김원일 변호사는 “일본의 조선침략으로 생겨 지금까지 방치돼온 일본동포 문제를 역사적 으로 청산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운동은 단순히 참정권을 회복하는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 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이 운동은 희미해져 가는 동포사회 의 민족정체성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조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건우씨는 “동포들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하 는 등 2세 3세로 내려갈수록 민족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동포사회의 현 실에 이 운동은 활력을 불어넣고 동질성을 회복시키는 데 큰 구실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