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선거법 위반 재판 계류중 19명 좌불안석

(사진/`연좌제'에 의해 최초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종석 전 의원.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위법이의원직 상실을 자초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인 의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자민 련 소속의 조종석 의원(충남 예산)이 지난해 총선을 치른 지 꼭 1년 만인 지난 4월11일 대법원의 형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조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동료 의원들에게 경종과 함께 두려움을 안겨 주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95년 통합선거법 개정 때 새로 들어간 ` ‘연좌제’ 조항에 의해 의원직을 상실하는 ‘사건’이 현실화됐다는 점 이다. 연좌제란 후보 본인이 아니더라도 후보의 가족이나 선거사무장 또 는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 이상의 징역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후보의 당선도 무효가 되도록 한 조항이다.

대리인 통한 금품살포에 된서리

조 전 의원은 그의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가 연설회 참석을 유권자들에 게 부탁하면서 1인당 10만원씩 5백30만원 등 모두 8백98만원의 돈을 뿌린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 았다. 통상 후보들이 금품 살포를 그의 대리인이나 선거운동원들을 통해 자행하는 관행을 뿌리뽑고 금권선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일벌백계의 의 지로 정치권이 스스로 도입한 이 제도에 의해 그들 자신이 진짜로 다치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조 전 의원처럼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등이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 은 국민회의의 남궁진 의원과 신한국당 이상배 의원이다.

두번째는 법원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법원은 지난 2월 검찰이 불기소 처 분한 의원 가운데 9명에 대해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재판에 회부하는 `‘ 과감한’ 결단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달리 3심까지 비교적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의원들의 신분 유지 문제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법에 따라 재판하고 있음을 확인해준 것이다. 조 전 의원의 경우 3심까지 재판 이 진행되는 동안 형량이 줄지 않고 1심 재판의 판결 내용이 그대로 유지 됐다. 과거 3심 재판까지 갈 경우 대부분이 의원직 유지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형량이 대폭 줄어들었던 점에 비춰볼 때 법원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각종 혐의로 본인이나 주변인사가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재판을 받 고 있는 의원은 모두 19명이다(표 참조). 연좌제와 관계가 없는 선거사무 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김윤환 의원을 빼고는 모두 재판 추이에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줄줄이 국회의원 재선거 예고

이기문 의원은 지난 3월11일 2심 판결에서 벌금 5백만원(후보 본인의 경 우 1백만원 이상이면 의원직 상실)이 선고돼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최욱철 의원은 1심에서 벌금 8백만원, 김현욱 의원은 3백만원을 각각 선고받았으며, 김화남 의원도 징역1년6개월에 집행유예 3 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밖에 김호일, 이명박, 국창근, 이인구, 김고성 의원 등은 1심 재판에 계류중이나, 혐의 내용이 조 전 의원의 경우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아 ` ‘희망적인’ 재판 결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김호일 의원은 이미 지 난달 말 검찰로부터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7천만원이라는 무거운 벌을 구형받았다. 한보사건으로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는데 이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잇따를 전망이어서 15대 국회는 사상 최대의 재선거를 치르는 불명예를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