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현철 측근 이성호 관급공사 싹쓸이

(사진/급성장 의혹을 받고 있는 대호건설.)

김현철씨의 최측근인 이성호(35) 전 대호건설사장이 김영삼 정부 들어 국 방부와 정부투자기관의 발주공사를 무더기로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부투자기관의 경우 대부분 민주계 인사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곳이었다. 공개경쟁입찰 한건도 없어

특히 대호건설이 국방부와 정부투자기관으로부터 수주한 공사 중에는 공 개경쟁입찰로 따낸 것은 한 건도 없고 모두 수의계약이나 제한·지명경쟁 방식으로 공사를 딴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21'이 단독입수한 (주)대호건설의 지난 93년~96년 국방부 발주 공 사현황자료와 1백억원이상 정부부처 및 정부투자기관의 공사수주내역에 따르면 이들 기관으로부터만 모두 14건에 1천5백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 했다.

국방부 발주 공사현황자료에 의하면 대호건설은 93년에 3건, 94년에 1건, 95년에 2건, 96년에 2건 등 모두 8건에 1백63억원 규모의 공사를 따냈다. 93년의 경우 10월 국방군수본부 발주(공사이름 9351895-2) 시설공사를 수 주한 것을 비롯해 11월에는 공군중앙관리단 발주(공사이름 7951-93-5) 토 목공사와 시설공사를 잇따라 수주했다. 국방군수본부 발주 공사는 지명경 쟁이었고 공군중앙관리단 공사는 모두 제한경쟁방식이었다.

94년에는 국방조달본부의 공사액 38억4천만원 시설공사를 수의계약으로, 95년에는 공사액 27억5천만원과 14억9천만원의 공군중앙관리단 발주의 시 설공사 2건을 수주했다.

그러나 이성호씨가 대호건설에서 손을 뗀 뒤인 96년의 경우에는 95년말에 수주한 공군중앙관리단 발주의 1차분공사에 뒤따르는 2차분공사와 6월에 국방조달본부로부터 따낸 공사액 3억9천만원의 시설공사가 고작이었다.

민주계 낙하산 인사들이 수주 도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호건설이 수주한 군발주 공사 중에는 1백억원 이상 의 대규모 공사가 없다. 그것은 이씨가 대규모 군발주 공사의 경우 대호 건설 이름으로 수주하지 않고 다른 대기업 이름으로 공사를 수주해준 뒤 일정액의 커미션을 받거나 대기업으로부터 대호건설이 다시 공사를 하청 받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대호건설이 직접 대규 모 군공사를 수주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의혹을 우려해 대기업과 사전에 공사수주와 이익반분에 대해 철저한 협상을 벌인 뒤 공사를 따주었다는 것이다.

이씨의 한 측근은 “대호건설은 규모가 작은 것은 자기가 수주하고 대규 모 공사는 대기업 이름으로 수주한 뒤 일정액의 커미션을 챙겼다”며 “ 내가 이성호씨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일부 대기업 관계자들이 이씨를 소 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해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호건설은 주로 잠수함기지와 공군비행장 건설공사 등을 도맡아 했다”며 “이 과정 에서 김현철씨가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호건설이 정부투자기관으로부터 대규모 공사를 무더기 수주한 것은 이 씨의 `권력형 공사수주' 의혹을 더욱 키워준다.

(주)대호건설의 93년~96년 1백억원이상 공사수주내역자료에 의하면 대호 건설은 93년 3월에 농어촌진흥공사가 발주한 5백억원 규모의 새만금간척 종합개발사업 제4공구 개발사업공사중 방조제 및 부대공사를 수주했다. 역시 수의계약을 통해서다. 93년 12월에는 한국석유개발공사가 발주한 1 백18억원 규모의 U-1-2 비축기지 1차공사를 지명경쟁방식으로 따냈다.

94년에 수주한 한국고속철도공단 발주의 1백50억원 규모의 경부고속철도 공사나 경남 통영군 발주의 2백81억원 규모의 죽림지구 공유수면 매립사 업중 호안축조 매립공사도 수의계약 방식이었다. 95년 4월에는 한국수자 원공사 발주의 1백30억규모 95년 낙동강계통 광역상수도사업 1공구 시설 공사를 수준했다.

이밖에 대호건설의 1백억원이상 공사중에는 (주)대우가 발주한 군산종합 자동차공장 건설공사중 각각 2백20억원규모의 건물공사 1,2차분을 수의계 약방식으로 93년 6월과 95년 5월 수주한 것이 눈에 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김영삼 정부들어 대호건설이 대규모 공사를 수주 한 농어촌진흥공사와 수자원공사 등은 민주계 출신인사들이 낙하산식으로 이사장이나 사장을 맡았던 곳들이라는 점이다.

김현철씨는 측근으로부터 청탁이나 민원을 받는 경우 민주계 출신의 정부 투자기관 이사장들에게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현철씨와 민주계 출신 정부투자기관 이사장들의 비리커넥션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대형 관급공사를 주무르던 대호건설은 96년 하반기 이후에는 1백 억이상 공사중 관급공사를 전혀 따지 못했다. 오히려 96년 6월부터는 서 울 한신중계지역 연합주택조합과 무악동 주택조합 공사를 수주하는 등 민간발주 공사쪽으로 돌렸다.

이성호씨 손떼자 수주액 급격히 하락

대호건설은 이씨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수산중공업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뒤 관급공사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룡건설 회장출신인 자 민련 이인구 의원은 “대호건설이 대부분의 공사를 수의계약이나 제한· 지명경쟁방식으로 수주한 것은 정치권력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 고 있다”며 “이씨와 김현철씨의 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