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녹색 다이아몬드에 웬 암행어사

박용진(49)씨는 프로 야구계의 `‘기찰포교’다.

심판 판정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난해 해태-현대의 한국시리즈 가 끝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새롭게 경기 감독관을 신설했다. 박 감독관을 비롯해 심판 출신 오광소씨와 김양경씨, 배성서 전 빙그레 감독 을 경기 감독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박 감독관은 이들 가운데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88년부터 96년 까지 9년 동안 야구계의 음지인 2군 감독만을 맡았다. 한국 프로선수를 길러내는 `‘목장주인’ 출신인 것이다. 물론 선린상고와 신일고 등 고등 학교 감독도 3차례나 역임했다. 지난 67년 야구공을 잡은 이후 30년 동안 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심리를 비교 분석한 논문으로 상담심리학 분야에서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야구위원회는 이런 그가 야구인들의 심 리를 잘 이해할 것으로 보고 감독관에 임명했다.

그의 임무는 경기장에서 감독과 선수, 심판들의 플레이와 판정을 감시(!) 하는 것이다. 공개 감시인 것이다. 특히 심판의 판정에 대해 일주일마다 보고서를 작성하고 판정을 잘못했을 경우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그의 암행어사 활동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뤄진다. 폭음을 하고 주정을 부 리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등 품위를 떨어뜨리는 야구인은 그의 처벌자 명 단에 올라간다.

그는 “미국에서는 20여명의 감독관이 신분을 숨긴 채 비밀리에 야구인들 을 감시한다”고 감독관의 내력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되는 감독관으로 임명돼 겁이 날 지경”이라는 그 는 “감독관제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점검하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남규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