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진짜 대중문학을 만나세요

외계인을 연상케하는 늘씬한 몸매의 여자가 갑옷으로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분만 가린 채 방패를 들고 서 있는 표지그림이 ‘너무 `야해’ 서점 주 인들이 포스터를 내붙이는 것조차 꺼려했다는 `엑스칼리버'는 우리나라에 서는 처음 선보인 `감각적 ‘대중문화 잡지’다.

우선 창간호인 4월호를 대충 훑어보면 무협소설 4편과 추리·환상·공상 과학·사이버소설이 각각 한편씩 실려있는 게 눈에 띈다. 독자들에게 익 숙한 일본만화 대신 프랑스 만화도 2편이 실려 있다. 군데군데 약간은 외 설스런 삽화도 곁들여져 있다.

‘검동인’이란 필명으로 무협소설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작가인 이상운(4 0)씨는 이 잡지사의 대표이사 겸 편집인이다. 이씨는 창간동기를 묻는 질 문에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 가르는 것은 이제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존 그리샴이나 스티븐 킹의 소설이 미국의 최고 인기문학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대중문학은 `‘천한’ 문학이라는 편견을 이제는 버 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학을 전공하다 그만둔 뒤 80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무협소설계의 1세대다. 그는 주간지와 일간지에도 무협소설을 연재할 만큼 요즘은 유명 세를 누리고 있다.

그런 그도 한때는 순수문학에 발을 걸친 적이있다. 지난 93년에 월간 `현 대시'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던 것이다. 그는 그러나 “대중한 테서 외면받는 순수문학은 결국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대중문 학의 활성화를 내게 주어진 사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방송국 애니메이션 기획감독, 컴퓨터통신 정보제공 사업(IP)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는 그는 “그러는 동안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대중문학이 야말로 모든 문화상품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이 잡지를 앞으로 비평이나 문화정보 등도 폭넓게 싣는 종합문화지로 만들 생각입니다.”

이씨는 지금은 4백50쪽 분량인 `엑스칼리버'를 앞으로 6백쪽까지 늘리고,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광고는 앞으로도 전체 지면의 10% 이하 로 제한할 생각이라고 한다.

정남구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