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바꾼다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삼성물산 토목사업본부

“넥타이가 참 잘 어울리네요.” “옷이 참 밝아보이는데.” “자넨 일처 리가 깔끔해 좋아.”

삼성물산 토목사업본부 사무실과 현장에서는 매달 15일 이런 류의 칭찬들 이 동료와 선후배 사이를 오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얼굴에 웃음이 돌 고, 사무실 분위기도 한결 밝아진다. 지난 2월부터 매달 15일을 ‘칭찬의 날’로 정한 이후 새로 생긴 풍속도다.

이날을 제안한 사람은 토목지원팀 최순길(45) 차장이다. 불황 한파로 잔 뜩 가라앉은 회사 공기를 바꿔보자는 생각이 계기였다. 올 들어 본사에서 내려보낸 수주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원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 게 늘었다. 게다가 15일은 월급날을 일주일 앞둔 때여서 월급쟁이의 호주 머니 사정이 가장 안 좋은 시기다. “불황이다 뭐다 해서 직원들이 웃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그마한 노력을 기울여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는 게 힘이 됩니다.”

‘칭찬의 날’은 상사에게서 꾸중을 듣지 않는 날이기도 하다. 건설부문 은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곧바로 사고를 불러일으키게 돼, 위아래 직원 들 사이에 ‘군기’가 세기로 소문나 있다. 자연히 아랫사람일수록 스트 레스를 더 받게 된다.

그러나 15일만큼은 부드럽다. 아무리 켕기는 일이라도, 아랫사람에게서 칭찬을 듣고, 꾸중을 돌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험부족으로 현 장소장과 선배로부터 온갖 잔소리와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신입사원들 에게 이날은 인기가 좋다.

최씨도 지난 3월15일 ‘칭찬의 날’ 덕을 톡톡히 봤다. “상사에게 결제 를 받는데, 계산이 잘못돼 있는 거예요. 아차 싶었죠. 상사의 얼굴이 찌 푸려지려는 찰나, 오늘이 ‘칭찬의 날’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켰죠. 그랬 더니 아무 소리 안 하고 그냥 넘어가더라구요.”

아직은 ‘칭찬의 날’이 어색하다. 상사로부터 능력있다는 칭찬을, 후배 로부터는 자상하다는 덕담을 들으면 `만우절 같은 분위기가 난다는 것이 다. “낯뜨겁게 생각하는 직원들도 있어요. 칭찬하는 말을 해주고는 서로 끼득끼득 웃기도 하지요. 그래도 그만큼 회사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 아니 겠어요.”

이용인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