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연천군 소사육 축산농 이상철씨

이상철(38)씨는 연천군 군남면에서 돼지를 키우는 것으로 축산에 뛰어들 었다. 그러다 89년 돼지파동을 겪고 나서는 젖소 7마리로 소를 키우기 시 작했다. 그는 지난해 수해 때 정성껏 키워온 소 50마리를 몽땅 잃었다. -수해 당시의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수해 전날도 물이 많이 들어왔다 빠지는 바람에 착유기가 고장 났다. 새벽 1시까지 기계를 수리한 뒤 가까스로 우유를 짰 다. 젖소는 제때 젖을 짜주지 않으면 유방암에 걸리기 쉽다. 집에 들어갔 다가 다음날 아침 7시에 나와보니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물이 순식간에 가슴까지 차올라 결국 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논둑길을 따라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

-수해로 입은 피해는.

=소값만 해도 1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완전히 고장나버린 착유기 2천만원 , 물에 떠내려간 풀사료와 곡물사료가 1천3백만원, 그리고 못쓰게 된 작 업시설 등을 합치면 2억원은 넘을 것이다.

-빚은 얼마나 되는가.

=처음에 젖소를 기르기 시작할 때 정부로부터 받은 정책자금 4천만원과, 수해 때 축사를 새로 짓고 소를 구입하기 위해 융자받은 돈이 5천만~6천 만원 가량 된다. 거의 1억원의 빚이 생긴 것이다. 소값이 계속 떨어져 이 대로 가다가는 알거지가 될 것 같다.

-소값이 왜 이렇게 폭락하는가.

=소사육 마리수가 대폭 늘어나고 최근 경기부진 등으로 쇠고기 소비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정육점에서 육우가 한우 쇠고기로 둔갑해 팔리자 올 1월부터 구분판매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소값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을 했다. 육우가 마치 폐소나 되는 것처럼 소비자의 인식이 나빠진 것이다. -정부는 냉장육과 생우의 수입을 앞두고 축산농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규모 축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사육 농가들이 장기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지 만 대규모 사육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첨단 자동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영세한 우리나라 실정에선 그림의 떡이다.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도 어렵고, 대출을 받아 투자를 한다 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