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한겨레21 152호를 말한다

조건없는 대북 쌀지원 선언하라

커버스토리 ‘북한 어린이의 비극’을 읽으며 다시 한번 가슴이 저며오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요즘 여러 곳에서 북한동포돕기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렇게 모은 성금과 물품이 제대로 빠른 시일 내에 전달될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창구단일화 논리가 여전하고 정부의 4자회담 연계라는 조건이 버 티고 있어 동포애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동포들의 굶주림을 해결해야 한다는 명제를 무엇으로도 가로막을 수는 없다. 김 대통령은 “ 어떤 것보다 민족이 우선한다”는 취임 초기의 발언을 되새겨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쌀지원을 선언해야 마땅하다. 사랑의 베품은 무엇을 계산하 지 않는다. 정부의 발상전환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굶어죽는 북한의 꼬마 들을 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조영일/ 서울시 서대문구 남가좌1동 262-234

민족의 고통 외면하는 대선주자들

지금 우리 동포들이 그토록 비참하게 굶어죽어간다니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데도 이땅의 보수적 언론은 북한 동포를 도와야겠다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마저 저버린 채 단지 동포의 고통을 일과적인 기삿거리 정 도로 여길 뿐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 찬 기사와 전쟁위협을 강조한다. 그런 행태는 여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보수적 성향의 표를 의식해서인지 어느 누구도 북한 동포의 비참한 실상에 대해 인간적인 동 정은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동포의 고통을 외면하는 자는 진정 이땅을 살아가는 국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줄 모르는, 권력에만 눈 먼 자들일 뿐이다. 만일 그런 정치인에게 나라를 맡기게 된다면 그때는 북한 동포는 물론 남한의 국민들도 불행하게 될 것이다. 다가올 통일의 시대를 위해서라도 정치지도자들과 언론이 각성하여 북한동포돕기에 앞장 서기 바란다.

박차열/ 부산시 부산진구 가야2동 669-9 벽산아파트 114-704

북한에 보내야 할 기업의 ‘사과상자’

북한 어린이가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동포의 한 사람이자 갓 백일 지난 아기의 엄마로서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되도록 우리 정부 는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10여년 전에 북한의 금 강산댐 건설에 대해 전쟁위기니, 서울 수몰이니 하면서 벽촌 고사리손의 돼지저금통까지 털어간 일이 있었다. 금강산댐이 전쟁의 위기라면서 그렇 게 호들갑을 떨던 정부가 지금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해 몇십, 몇백억씩 내던 기업들이 초등 학생들이 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 이지 않고 있다. 이것이 진정으로 평화를 위한 행동이란 말인가. 북한 어 린이의 비극이 어디로 치달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이것이 민족의 불행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금희/ 부산시 사하구 괴정4동 566-14 16/1

학교 돈봉투는 아직도 여전하다

진단 ‘교사 돈봉투, 희망은 있다’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읽으 며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돈봉투 문제는 지금도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 다. 물론 촌지에 굴복한 장사꾼 교사들보다 꿋꿋하게 교단을 지켜나가는 진정한 교사가 많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교사들의 양심을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학교 촌지’가 만연돼 있는 게 사실이 다. 그것은 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돈봉투는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 는 고등학교에서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식을 어떻게라 도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교사들의 돈봉투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때도 있 다. 고3이 되면 담임교사들은 돈봉투 받는 것을 당연한 의무처럼 생각하 며 학부모에게 손을 내밀기도 한다. 어쩌면 교사들의 의식개혁뿐만 아니 라 법적인 제재방법이 필요한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 돈봉 투가 사라져가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현실 왜곡이며 오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좀더 적극적인 취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지영/ 서울시 송파구 송파2동 103-7

교사들의 자정선언 물결쳐라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분노했던 일은 촌지를 강요하는 교사들과 그 선생님들의 일부 학생에 대한 편애였다. 그리고 대다수가 따르고 존경했 던 교사는 촌지를 거부하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분이었다. 돈을 받는다고 알려진 교사를 진정한 스승으로 여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다. 대개의 경우 학생들은 그런 교사를 ‘지식의 전달자’로 여기며 교단 에서 사라지길 기대한다. ‘돈봉투’가 거래되는 교육현장에서 사제지간 의 따뜻한 정이 오고갈 수 없다. 변화의 바람이 분다지만 그게 미풍에 그 칠지, 광풍이 될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교육개혁의 청신 호가 되길 바란다. 교사들이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거기에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김소연/ 부산시 사상구 모라3동 주공아파트 110-106

일방적 ‘돈봉투 교사’ 매도 금물

교사의 한사람으로서 돈봉투를 찢고 참교육을 부르짖는 교사들에게 박수 를 보낸다. 하지만 돈봉투를 찢었다고 참교육이 다가올리 만무하다. 요즘 심각한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의 탈선, 범죄가 돈봉투에서 비롯된 것은 아 니다. 오히려 갈 길을 잃은 입시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돈봉투 요구 는 참교육보다 교사 개인의 도덕성과 더 관련이 있다. 뻔뻔하게 동심에 상처를 입히며 돈봉투를 요구하는 부도덕한 교사들은 당연히 교직을 떠나 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일부 교사의 부도덕성을 전교직 사회의 모습인 양 매도한다면 사랑과 공평으로 사도의 길을 가는 교사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돈봉투가 필요없는 교육여건을 조성하고 교사들의 처 우를 개선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강두/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고잔초등학교

공권력이 생명을 위협할 수 없다

포커스의 ‘쇠도리깨를 들고 있는 진압경찰들’은 충격적이다. 이건 홍콩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장이었다.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민주 주의가 허용하는 권리를 요구하는 학생·시민들을 내리쳐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전장인 것이다. 시위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그 처절한 살기(殺氣 )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그 살기로 내리친 쇠도리깨에 머리가 깨지고 어 깨가 부숴질 것은 상상만으로도 섬뜩하다. 공권력의 집행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는 진압행위는 정당한 공권력으로 인정받을 수 없 다. 정권의 실정을 규탄하고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항의와 시위를 살 인적인 방식으로 진압하려는 현실이 염려스럽다. 국민들의 저항을 힘으로 누를 것이 아니라 진정한 개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일 것이 다.

최한식/ 대구시 남구 대명4동 2027-85

스위스 용병의 역사적 이면

월드 ‘역사에 묻힌 스위스 용병’은 영세중립국이자 평화의 나라로 알려 진 스위스의 가슴 아픈 사연을 감동적으로 전해주었다. 투체른의 암벽에 새긴 ‘사자석상’의 처절한 모습은 그 감동을 배가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의 역사에도 어두운 그늘이 깃들어 있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루이 16세의 호위병이었던 스위스 용병 7백68명은 프랑 스대혁명 당시 대포로 무장한 시위대에 맞서 장렬한 죽음을 맞았다. 실로 비극적인 최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16세기 이래 3세기 간에 걸친 스위스와 프랑스와의 공생관계가 두 나라의 정치에 대해 다같 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스위스의 정치는 용병의 수출을 인 허하는 대가로 받은 사례금으로 말미암아 부패에 빠져들었고, 귀족집단은 평민을 희생시킨 대가로 그들의 세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또 이들 산악 의 자유민들은 프랑스의 전제성을 지키는 으뜸가는 경비견 노릇을 했다. 역사학자 키어넌은 스위스가 15세기 말에 그랬던 것처럼 혁명적 세력으로 남을 수 있었다면 유럽 역사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라 지적한다.

박상익/ 대전시 중구 산성동 우성아파크 103-709·우석대 사학과 교수

올바로 사는 어른의 표상 만들자

논단 ‘신세대여 함께 살자’를 읽으며 가뭄의 단비를 만난 듯 가슴이 시 원함을 느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로서 답답할 때가 많다. 청소년 문제, 신세대 학생들의 각양각색의 논란을 접할 때 공감은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요즈음은 용기있는 어른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가정, 학교, 사회 어디에도 무서운 질책, 부릅뜬 눈으로 잘못 된 것을 지적하는 모습이 없다는 것이 청소년 문제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자기표현은 얻었지만 함께 하는 법을 모르는 신세대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어른들부터 변해야 한다. 잘못을 과감하게 꾸짖는 모습 을 보이고 스스로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잘못을 시인 할 줄 알며 옳다고 생각되는 바를 과감히 인정하는 용기도 어른의 몫이어 야 한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의 주인공인 신세대들에게 억지를 부리는 기성세대들의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김남철/ 전남 여수시 둔덕동 둔덕아파트 6-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