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덕공론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변화무쌍한 말 바꾸기, 후농 끝내 덫에 걸려?

‘한보 리스트’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정치인 가운데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은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입장을, 검찰 출두를 전후로 해 ‘ 눈부실 정도로’ 변화무쌍하게 바꿔 구설수에 올랐다.

김 의원은 당초 지난주 초 정태수씨의 증언에 자신의 이름이 거명됐을 때 에는 “지난 14대 국 회때부터 기업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기백에서 기 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걷어쓰기는 했다”며 “그러나 정씨로부터 돈을 받 은 사실이 없다”고 한보 돈 수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4월11일 오후 검찰에 출두할 때는 “지난해 10월 75년 부터 알고 지내던 이 동지(이용남 한보철강 전 사장을 동지로 호칭)가 격 려금으로 5천만원을 준 적이 있다”며 돈을 받았음을 슬그머니 실토하면 서 “5천만원 이외에 단 백만원이라도 더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은퇴 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는 이어 12일 조사를 마치 고 귀가한 뒤에는 “5천만원은 순수한 정치자금임을 자세히 밝혔다”면서 “그러나 정태수 총회장은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는 점도 확인됐 다”며 교묘하게 자신의 `‘오락가락한 말’들을 변호했다.

이번 사건으로 후농(김 의원의 아호)은 그 신통한 말재주를 다시 한번 확 인해줬으나 정씨의 덫은 피하지 못한 셈.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