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재벌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삼성 절세, 30년의 노하우

(사진/고 이병철 회장은 삼성의 2세 세습을 위한 사전작업을 70년대 초반부터 시작했다.)

삼성그룹의 절세를 통한 부의 세습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시절로 거슬 러올라간다. 이병철 회장이 87년 11월 타계한 뒤 삼성그룹이 국세청에 신 고한 상속재산은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해 2백37억원으로, 상속세 신고액 은 1백50억원에 불과했다. 당시 이를 바라본 국민들은 39개 계열사를 거 느린 국내 최대재벌의 상속재산이 “그것밖에…”라는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생전에 꾸준히 보유재산을 사전증여 등을 통해 정리해 왔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당시 국세청은 전담조사반을 구성한 뒤 몇달에 걸쳐 고 이 회장의 숨은 재산 색출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국세청이 새로 찾아낸 재산은 신고하지 않은 주식 등 36억원에 그쳐, 26억원의 세금을 더 물리는 데 만족해야 했 다. 고 이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16년 전인 71년에 3남인 이건희(당시 동 양방송, 중앙일보 이사)씨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하는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2세 세습을 위한 사전작업이 70년대 초반부 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재용씨에 대 한 삼성의 절세작전은 30년 이상 축적된 노하우의 결과물인 셈이다.

우리나라 재벌그룹은 실질적인 경영권이 2세 또는 3세로 넘어간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지난 80년 이후 이들이 낸 상속세액은 놀랄 정도로 적 은 규모다. 역대 최대는 지난 91년 대한유화공업의 고 이정림 회장 유족 이 신고한 2백78억5천만원(상속재산 4백29억)으로 이병철 회장의 1.6배에 달했다. 대한유화공업은 재벌그룹에 속하지 않는 중견기업이었다. 다음으 로는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새한미디어회장의 유족이 낸 2백54 억원이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밑에 있다가 독립한 둘째 형보다도 적은 상속세를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