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전쟁지휘도 미군이 한다

군사적인 대미 종속은 무기체계 못지않게 정보분야에서도 심각한 수준이 다.

현재 국군은 북한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국군이 얻는 대북 정보는 탈북자, 귀순자 등을 통한 인간정보와 노 동신문이나 평양방송 등을 분석한 공개첩보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영상정보나 신호정보는 미군에 온전히 장악돼 있다. 미군은 한-미 사이에 체결된 ‘정보교환교류협정’에 근거해 필요에 따라 정보위 성으로부터 확보한 대북 영상정보와 미국에서 파견된 9125부대가 얻는 대 북 통신·감청 정보를 정기적으로 한국군쪽에 제공한다. 이 정보를 토대 로 합동참모본부 안의 정보본부와 미8군 정보참모간에 이루어지는 공동분 석을 통해 정보획득이 구체화된다. 국군은 현재 신호정보의 99%, 영상정 보의 98%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군이 제공 하는 정보는 이미 한물간 것이거나 아니면 중요도가 낮은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런 대북정보 의존은 한국군이 군사 전략이나 작전 수립에서 독자 적인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고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고착화 시키는 직접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군사 분야뿐 아니라 주변국 과의 외교 등 국가의 중요 정책 결정까지도 미국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지 적이다. 국민회의 임복진 의원은 “대북 쌀지원 문제, 핵사찰 문제, 북한 대표의 ‘불바다 발언’ 등 국가 위기 때마다 중대한 정책결정을 연합사 에 의존하고 우리 정부는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할 뿐이었다”고 비판한다 .

현재 국군의 지휘, 통신, 통제 체제(통합국방정보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점도 미군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다. 한국군 은 그동안 정보화·전산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 체계간 상호운용성이나 연동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군별, 기관별로 분산해 사업을 추진해 온 결 과 정보화·전산화 작업이 실제 전쟁억제나 전쟁수행에 도움이 되지 못한 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현재 각종 레이더를 통해 표적을 탐지하더 라도 이 데이터를 신속히 전군에 전송해 그 표적을 타격하도록 하는 시스 템이 없다. 이것은 전시에 전쟁지휘부가 표적을 획득-지휘-타격하는 일원 화된 지휘통제 수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한국군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군의 감시 와 운영 아래 있는 지휘, 통신, 통제 체계 속으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결 론이 나온다”고 평가한다. 결국 이런 정보수집 및 전쟁지휘 능력 확보없 이 현재 진행되는 전력증강은‘피와 혈관 없이 근육만을 강화시키는 꼴’ 이라는 지적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