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미국, 네 마음대로 팔아라

미국에 있어 한국과의 무기거래는 막대한 흑자를 보장받는 품목이다.

그것은 거래 실적에서 쉽게 확인된다. 지난 88년부터 96년 상반기까지 8 년 동안 미국은 한국에 총 92억9백64만2천달러어치의 무기를 수출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군수품은 1억6백93만2천달러에 그쳤다. 무려 90억4천8백만달러의 막대한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더욱이 88년 7천5백60만달러이던 한국의 대미 무기 수출액이 95년에는 2백83만달 러로 무려 27배나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한-미간의 무기거래는 그야말로 미국쪽 마음대로의 고무줄이다.

한국쪽은 미국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 아무리 적자가 늘어도 미국에 아무 런 항의나 요구도 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은 무기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 을 얻을 수 있는 특혜를 한국정부로부터 부여받고 있다.

대표적인 특헤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절충교역(Off-set) 비율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절충교역이란 국가간에 군사장비를 거래할 때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수입가격의 일정률을 역수출하거나 첨단기술 등을 시가로 환산해 기술전수를 보장받는 교역방식을 말한다. 그런데 미 국은 지난 88년 국방부에 대미 무역흑자로 인한 무역마찰을 줄인다는 명 분을 내세워 그때까지 50%가 적용되던 절충교역 하한선을 낮춰줄 것을 요 구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외국과의 무기거래 때 50%이상을 유지하도록 돼 있는 절충교역에 관한 내부지침까지 어겨가면서 미국에 대해서만 세계에 서 가장 낮은 30%대로 하한선을 낮췄다.

또다른 특혜는 89년 한-미간에 체결된 ‘기술사용료에 대한 양해각서’다 . 이 각서는 한국이 미국 원산 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만들 때는 일정률의 로열티를 제공하고 외국에 수출하기 전에 미국의 사전동의를 받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시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으로 미국내로 한국 산 무기의 역수출과 제3세계에서 미국산 무기와 경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 한 미국이 이를 막으려는 의도로 강요한 것이었다. 이 각서는 한국의 방 위산업을 근본적으로 위축시켰다.

서명 당시 한국쪽은 기술사용료를 지불하는 대가로 방산물자에 대한 자유 로운 해외수출을 기대하면서 서명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 각서는 오히려 한국산 군수물자의 해외수출을 가로막는 영원한 족쇄로 작용했다.

한국은 현재 이런 불평등한 제도의 개선을 위한 재협상을 미국쪽에 요구 하고 있지만 미국은 묵묵부답이다. 패트리어트 미사일 구매압력에서 보듯 미국산 무기를 사라는 강요만 더욱 강하게 디밀 뿐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