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4월27일 제 154호

김덕룡 의원 진영 “장세동이 부럽다”

　검찰 수사에서 측근이 5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뒤 김덕룡 의원은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4월13일 오전 비서진 등 가까운 인사들과 청계산 에 올랐다. 산을 오르면서 김 의원은 “산에 꽃이 많이 피었다. 다음주쯤 에는 만개할 것 같다”고 알듯 모를 듯한 말만 했다.

당사자의 `‘무심한’ 태도와 달리 김덕룡 대통령 만들기에 혼신을 쏟아 온 그의 추종자들은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허탈감에 빠져 있다. 특히 돈 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측근이 김 의원의 고교 2년 후배로 야당시절부터 김 의원을 따르고 도와줬던 이두룡 서초문화원 부원장인 것으로 알려지자 김 의원 진영은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끼는 분위기이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혹시 이런 일이 있을지 몰라 그동안 수차에 걸쳐 확인했었다”며 “그때 차라리 `‘내가 받았노라’고 실토했더라면 김 의 원이 받을 상처는 적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 측근은 “이씨 는 지구당과는 관련이 없이 장학재단 상임이사로 있는 등 장학재단 일을 보는 사람”이라며 “이왕 진술할 바에는 돈을 장학재단 사업에 썼다고 할 일이지 왜 지구당운영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는지 이유를 알다가도 모 르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개인적인 명예만 생각하고 자신이 모시던 사람의 명예나 장래는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불만인 셈이다. 김 의원쪽의 다른 한 관계자는 “`큰일을 앞두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최소 한 그런 식으로 진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전두환씨를 끝까지 보호 한 장세동씨가 부럽다”고 말했다.

이씨의 뒤늦은 실토로 인해 김 의원의 `‘정치적 음모론’도 설자리를 잃 었을 뿐만 아니라 대선주자 김덕룡의 신뢰성도 상당한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가 자신의 문제로 처음 맞은 최악의 위기를 어떻게 극 복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