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술이야기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부드러운 맛, 미묘한 미련

1990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영국의 유수한 제품에 상을 내렸는데, 수출에 크게 기여한 제품 중 시바스리갈이 뽑혔다. 시바스리갈은 세계의 최고급( primium) 위스키 시장에서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는 위스키로 그 명성은 약 2백년 전인 1801년부터 시작되었다.

스코틀랜드 북동부 애버딘 항구는 일찍이 하일랜드에서 생산된 위스키의 집하장이 되었다. 시바스 형제들은 자체 브랜드 시바스리갈을 개발하여 런던과 애딘버리에 판매하였다. 이 제품은 스코틀랜드에 많은 애정을 쏟 은 빅토리아 여왕을 위해 왕실에 진상하면서 ‘국왕의 시바스’라고 명명 한 데서 비롯되었다.

시바스리갈의 상표에는 쌍검과 방패가 그려져 있다. 위스키의 왕자로서 위엄을 나타낸다. 시바스사는 장인정신과 정성을 사훈으로 삼고 제품 품 질에 자부심을 가진다고 한다. 시바스리갈이 자랑으로 삼는 또하나는 원 액공장이다. 그곳은 현존하는 공장 가운데 가장 오래된 하일랜드 지방의 스트라스 아일라 증류소이다.

증류소는 `아일라라는 조그마한 냇가를 끼고 있으며 물레방아를 가지고 있다. 지붕이 쌍탑(Twin Pagoda)으로 스코틀랜드 정부에서 지정한 위스키 관광코스(Whisky Trail) 제1호이다. 공장 앞에는 헤더 꽃동산이 있는데, 붉은 표지판에는 시바스리갈의 고향이라고 적혀 있다. 공장은 실로 일하 는 골동품이다. 오늘날에도 석탄으로 직화하여 증류한다. 원액 숙성 창고 는 거무튀튀한 곰팡이로 채색되어 있는데 2백여년 동안 천사에게 위스키 를 선사하고 있다.

시바스리갈에 얽힌 에피소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 의 ‘최후의 만찬’이다. 그는 평소 시바스리갈의 중후한 향기와 부드러 운 맛을 즐겼다. 1979년 10월26일 그는 자신의 정치적 오른팔, 왼팔과 함 께 시바스리갈에 흠뻑 취한 상태에서 숨을 거두었으니 술에 관한 한 여한 이 없을 것이다.

시바스리갈의 마스터 블랜더인 콜린 스콧은 30년간 전임 마스터 블랜더 아래에서 도제생활을 하며 완벽한 품질의 전수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시바스리갈은 ‘비단같이 부드러운 맛과 미묘한 미련을 남기는 향 기의 조화’라고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