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건강만세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자고 나면 뚱뚱해지시나요

홍원선

1952년생, 서울의대 졸업(의학박사), 울산의대 교수,
서울중앙병원 소화 기내과 스태프, 위장관질환전문, 대한면역학회 감사

여자들 중에는 자주 얼굴이 푸석푸석해지고 손발이 뻑뻑해지는, 즉 유난 히 잘 붓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오래 서 있으면 발이 구두에 조이 기도 하고, 심할 경우 손가락으로 종아리 뼈 위를 누르면 움푹 자국이 생 기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의학적으로는 부종이라 한다.

부종은 세포 사이에 간질액이 지나치게 축적되어 생긴다. 간질액이란 혈 액 속의 혈장성분이 모세혈관벽의 작은 구멍들을 통하여 혈관 밖으로 새 어 나온 액체인데, 정상상태에서는 임파선을 통해 모두 회수된다. 이때 모세혈관으로부터 빠져 나가는 혈장량이 회수되는 혈장량보다 많으면 부 종이 생기는 것이다.

특별한 원인 없는 부종도 많다

우리는 주위에서 부종이 생기면 콩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단정하는 사 람을 흔히 본다. 그러나 부종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심장이나 간이 나 빠도 생기며, 혈관이나 임파선이 막혀도 생긴다. 한편 여자들 중에는 특 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부종도 있다.

부종을 진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손가락으로 피부를 꾹 눌러 움푹 자국 이 패이는가를 보는 것이다. 이런 자국을 육안으로 볼 수 있으면, 대개 3 리터 이상의 수분이 몸안에 축적된 것이다. 그런데 여자와 관련되어 생기 는 부종은 대부분 이보다 가볍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는 알기 어려운 경 우가 많다. 게다가 생리적 현상으로 생기는 것이므로 정밀검사에서도 대 개는 정상으로 나온다. 따라서 본인은 증상을 느끼나 원인이 발견되지 않 아 남모르게 고민하다 우울해지기 쉽다. 이러한 부종은 여성이라는 것 이 외에는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월경 전 부종, 갱년기 부종, 특발성 부종과 임신 부종 따위가 대표적이다.

월경 전 부종은 생리가 시작되기 10일 내지 2주 전부터 서서히 붓다가 월 경이 시작되면 사라진다. 얼굴과 사지에 잘 생기며 대개는 심하지 않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증가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에스트로겐은 염 분과 수분을 몸안에 축적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경은 여성 의 생리적 현상이므로 원인에 대한 특별한 치료는 하지 않는다. 이런 부 종은 짜지 않게 먹으면 대개 저절로 사라지나 이뇨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 다.

갱년기 부종은 말 그대로 갱년기에 생기는 부종이다. 여자는 50세 전후가 되면 폐경이 되는데, 폐경을 전후한 수년간을 갱년기라 부른다. 갱년기가 되면 성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며 이때 호르몬 균형에 장애가 오기 쉽다. 즉 호르몬 장애 때문에 염분과 수분이 몸안에 축적되어 부종이 생기는 것 이다. 진단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가슴이 뛰며, 신경이 예민해지고, 두통이나 불면증을 호소하는 갱년기 증상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부종은 대체로 심하지 않으며, 월경 전 부종과 같이 짜지 않게 먹으면 대개는 사라진다.

임신 부종은 임신 말기에 생기는 부종으로, 태아를 발육시키기 위하여 저 류된 수분과 커진 자궁이 주위 혈관을 눌러 생긴다. 주로 하지에 생기는 데, 짜지 않게 먹으면 대체로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으나 때로는 임신중독 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임신 중 부기가 심하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비만일수록, 여름일수록 발병 확률 높아

특발성 부종은 임신 가능한 연령의 여자에 많다. 아침에는 얼굴이, 오후 에는 다리가 잘 붓는 것이 특징이다. 이때 부종의 정도는 몸무게를 재보 면 알 수 있는데, 아침과 저녁의 몸무게 차이가 5kg 이상 되는 경우도 있 다. 이 부종은 오래 서 있거나 걸어 다니면 심해진다.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 등 정서적 불안이 있어도 심해진다. 또한 마른 여자보다 비만한 여 자에 더 잘 생기며, 여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원인이 아직 불명확한 점이 많아 특발성이란 말을 사용한다. 치료는 염분을 제한하고 스트레스 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며, 뚱뚱한 사람은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부기 가 심할 때는 똑바로 누워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래 서 있어야 할 경 우는 탄력성이 강한 스타킹을 착용하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항간에는 살이 찐 것과 부종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살이 찐 것은 몸안 에 수분이 아니라 지방질이 축적된 것이다. 따라서 살이 찐 것을 부종으 로 착각하여 약을 먹는 일은 삼가야 한다. 또한 부종의 원인은 상당히 복 잡하여 다른 병과 연관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부종이 생기면 정밀진 단을 받아 우선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