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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4월10일 제 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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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광주 서석고 3학년4반 반장이자 우등생. 참교육을 외치며 4·19이 후 최초의 고교생 시위를 주도한 ‘광고협’(참교육 실현을 위한 광주지 역고등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하다 제적당함. 6개월 동안 감옥 생활. 상경해 4년 동안 음식점 배달원, 동대문시장 의류도매점 점원 생활 하며 독학. 검정고시 거쳐 94년 전남대 국문학과 수석입학. 96년 전남대 국문학과 학생회장. 97년 1월15일 한총련 임시의장으로 선출됨.”
강 임시의장의 이력은 보통의 대학생들과는 다르다. 밑바닥 인생을 겪은 때문인지 한번 만나면 금방 친해지는 그런 사람이다. 자신도 “4년의 방 황이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과학생회장의 모범적 활동을 인정받아 한 총련 임시의장에 뽑혔다. 그는 한총련이 좀더 자신있는 자세로 활동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다. 그래서 4월4일부터 6일까지 전남대에서 열리는 한총 련 대의원대회의 평화적 진행을 위해 송언종 광주시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 3월27일 전남대 총학생회실에서 그를 만났다.
-조선대 류재을 학생의 사망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시위와는 무관하게 시위 전에 죽었다는 언론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다. 충돌과정에서 최루탄이 터지고 연기가 자욱한 상태에서 사망했다. 진압책 임자는 이런 과잉진압에 대해 밝혀야 한다.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이상이 없었던 학생이었다는 게 부모님의 입장이다.
-상반기 연속적인 총궐기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는데.
=4월19일께 노동자, 철거민, 빈민들과 함께 하는 민중대회를 준비하고 있 다. 5·18 때 한번 결집하고 2차 민중대회는 6월로 계획하고 있다.
-한총련 의장 후보가 3명이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후보로 나선 고려대와 부산대 총학생회장과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내 용은 대의원대회를 1백만의 합의로 모아나가는 장으로 만들자는 것과, 선 출된 대표를 중심으로 한총련의 통일단결을 2천명 대의원 앞에서 밝히자 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학생운동 탄압에 대한 대응도 물론 포함돼 있다. 또 대중적으로 한총련의 이미지를 공개하고 재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 이다.
-최근 한총련을 탈퇴하는 대학들이 잇따르고 시위를 막는 학생들이 생기 는 등 학생운동이 학생 내부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학생운동의 최대 위기 상황 아닌가.
=왜 언론은 민병일, 이종호, 한상근, 류재을 등 노동자, 빈민, 학생의 죽 음에 대해서는 성의있는 기사를 한번도 안 쓰다가 한총련 몇몇 대학의 탈 퇴는 대서특필하고 한총련이 곧 와해될 것처럼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언론과 정권과 학생 일부의 거대한 흐름은 공조에 따른 것이다. 탈퇴 선 언을 한 대학의 총학생회장이 다른 대학의 총학생회 출범식에 가서 연쇄 탈퇴선언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특정한 목적의식을 갖지 않고는 하기 힘 든 행동이다.
-97년 한총련을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의 방향과 목표는 무엇인가.
=한총련 내부의 여러 흐름들에 대한 공통분모를 찾는 일이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내부토론 작업과 함께 정치적 과제를 달성하는 대중투쟁 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통일단결이 필요하다. 정치적 과제는 김영삼 정권 을 선거로 가는 과정에서 조기에 타도하는 것이다. 제2의 6월항쟁을 만들 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어느 시기보다도 높다.
-대선과 관련한 논의들은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원칙은, 후보 중심으로 사고하지 말고 민중의 정치적 요구가 폭발적으로 분출될 수 있는 시기에 대중조직의 강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전술을 쓰자는 것이다. 불분명하긴 하지만, 선거 이후의 대중조직 강화와 선거결과에 대 한 패배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DJP연합이나 내각제에 대한 생각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의 고민과 같은데, 기본 적 입장은 반대 아니겠는가. 국민들의 투쟁으로 이뤄진 직선제인데 그것 이 단 한번도 빛을 보지 못하고 실질적인 대통령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권력배분과 야합에 의해서 진행되는 내각제는 내용도 없을 뿐 아니라 민 중들의 편에서 생각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정권교체 그 자체의 형식적 의미는 대단히 크다. 해방 이후 단 한번도 국민들의 투표에 의한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 들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승리의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민중들 삶의 질적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데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황장엽 비서의 망명이 한총련 주류 운동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 이 많다.
=우리 운동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분석이다. 그의 망명이 우리 민중들 의 삶에 어떤 장애나 도움으로 비쳐지지 않듯이 대중조직인 한총련에도 장애나 도움을 주기 못한다. 심각한 논의를 한다든지 사상적 혼란을 겪는 일은 없다.
광주=글 김창석 기자 사진 정진환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