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청소년 건강 확실하게 챙긴다

정영원(42)씨는 만년 공중보건의다. 어청도 공중보건의로 의사의 첫걸음 을 내디딘 이후, 줄곧 전국의 외딴 보건소를 돌았다. 섬마을, 산간벽지, 그리고 교도소에서 인술을 폈다. 지금은 전주 완산구 보건소장으로 일하 고 있는 그가, 새로운 ‘근무지’를 찾아 뛰어들었다. 최근 전주에서 결 성된 ‘청소년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모임’(청의) 준비모임 대표 를 맡은 것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안전사고 피해는 1만명당 28명입니다. 선진국의 7명 수준에 비하면 사고율이 매우 높은 편이죠. 청소년들이 안전사고의 위험 에 포위돼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청의가 만들어지게 된 데는 애틋한 사연이 담겨 있다. 지난 1월 동료의 아들이 스키장에서 놀다 안전사고로 숨졌다. 정씨는 아이의 죽음이 본인 의 부주의 탓으로만 치부되는 게 안타까웠다. 어른들은 그의 죽음에 책임 이 없는 것일까. 정씨의 고민은 다른 동료에게도 전해졌다. 마침내 의사 20여명이 청의 결성에 뜻을 같이 했다. 여기에 전주기독병원이 후원병원 으로 나섰고, 시의원과 변호사들도 후원회원으로 참여했다.

청의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안전사고는 물론 약물사고, 교통사고 등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실태파악을 위해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정씨는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이름만 요란하고 내실이 없다는 소리는 딱 질색이다.

정씨는 “청소년이 건강하게 클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믿는다. ‘도드리’라는 소리모임의 대금주자로, 태껸과 쿵푸 유단자로, 보건소 업무관리 프로그램의 개발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그의 소망이다. (문의 : 0652-232-9856)

전주=임석규 기자/ 한겨레 사회2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