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포켓볼로 국위선양 할래요”

이경조(15·서울 잠신중3)양은 수업을 마치면 서울 강남구 한국당구아카 데미에 들러 큐대를 잡는다. 1시간 동안 포켓볼 강의를 듣고, 다시 2시간 가량 언니, 오빠들과 함께 연습경기를 한다. 이양은 이곳 수강생 1백80명 가운데 가장 어리다. 올해 5월과 11월에 있을 선수선발전을 통과하면 최 연소 당구선수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양이 당구를 치게 된 것은 부모의 권유 때문이었다. 아버지 이광재(45) 씨가 어느날 친구인 정동희 전 국가대표 당구선수의 말을 듣고 오더니, 다짜고짜 이양을 정씨의 당구장으로 데려간 것이다. “포켓볼이 여자들도 많이 즐기는 오락이며, 조만간 공식 스포츠로 발전할 거란 얘기를 들으셨 대요.”

이양은 단박에 흥미를 느꼈다. 기다란 막대기와 둥근 공이 직사각형 안에 서 충돌하면서 빚어내는 묘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양은 이때부터 방과 후면 당구장에 들러 정씨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다른 운동이 육체적인 힘을 쓰는 데 반해, 당구는 사격처럼 정적이면서도 수학처럼 머리회전이 빨라야 잘할 수 있어요. 치면 칠수록 재미있죠.”

이양은 지난 주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당구선수 양성소인 한국당구아카데 미로 장소를 옮겼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하고, 힘이 뛰어나 주변의 기대 가 크다. 잘만 다듬으면 국제대회에서도 통할 자질이라고 한다. 당구에서 는 포켓볼과 가장 비슷한‘스누커’가 98방콕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 택됐고, 포켓볼도 오는 5월 추가로 발표되는 정식종목에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멋진 당구선수가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큐대 끝을 노려보는 이양의 눈초리가 매섭다.

송창석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