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진단 |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
|---|
프랑스에서 10년을 살다 지난 94년 귀국한 화가 김혜영(40·여)씨는 자녀 를 학교에 보내면서 커다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귀국 뒤 큰 아이를 초등 학교 3학년에 편입시키고, 둘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김씨에게 한 학기 에도 몇번씩 각종 명목으로 건네지는 돈봉투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교육 현장의 현실이었다.
-프랑스에서는 학부모가 교사에게 금품을 건네는 사례가 없는가.
=촌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교사에게 돈을 주는 것을 교사를 매수하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도 교사에게 돈봉투를 주는 것을 교 사의 권위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것으로 여긴다. 교사는 급여수준이 유럽에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자부심이 대단하다. 사실 학부모들은 자녀를 학교정문 앞까지만 데려다 줄 뿐 학교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는 다. 자녀상담이 필요할 경우 공책처럼 돼 있는 알림장을 통해 교사와 학 부모가 서로 상담목적을 밝힌 뒤, 시간을 정해 만난다. 부정한 밀거래
가 이뤄질 틈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행사를 빌미로 학부모들로부터 돈을 걷는 일이 많은 데.
=프랑스의 경우 학교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알림장 뒷면에 성금을 적게 돼 있다. 형편에 따라 우리 돈으로 몇백원에서 몇만원까지 낼 수 있다. 낸 돈의 반은 전국의 학교를 위한 돈으로 들어가고 반은 그 학교로 돌아간다 고 한다. 물론 원하는 사람에 한한다. 만원단위 정도가 되면 수표로 내 기 때문에 잡음이 있을 수 없다.
교사가 직접 돈을 받는 경우는 야외학습을 나가 입장료 등을 부담할 경우 인데, 지방정부가 50%, 학교쪽이 50%정도를 부담하고 학생은 4분의 1정도 만 내면 된다. 이때도 잔돈을 봉투에 넣어 알림장과 함께 보낸다.
-교사에 대한 감사 표시는 어떻게 하나.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등의 종교적 행사가 있을 때, 아이들이 꽃을 들고 학교에 가거나, 집에서 만든 과자를 들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모 든 학생이 그러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학생·학부모가 스스로 결정 한다. 학기말에 열리는 바자회는 학부모가 학생과 함께 참여하는 유일한 모임이다. 음료수를 준비할 사람, 과자를 준비할 사람, 오락진행을 도울 사람 등 원하는 일을 찾아 행사에 참여한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0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