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반론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흥부를 재발견 하라

제151호 ‘독자와 함께’에 흥부특집에 대한 상반된 두 견해가 나란히 실 렸다. 한분은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고, 다른 한분은 비판적인 견해였다. 매우 감동적으로 읽은 사람으로서 비판적인 견해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 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흥부와 놀부의 관계를 곧바로 노사관계로 연결 시켜 흥부적인 인내와 아량은 노동자의 투쟁의식을 약화시킨다고 보고, 차라리 임꺽정적 투쟁의지를 그리고 있다.

마르크스는 로빈슨 크루소를 초기 부르주아의 한 원형으로 해석하면서 그 에게 프롤레타리아적 투쟁의식을 기대하지 않았다. 아직 그러한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흥부 역시 18세기의 농민분해과정에서 비지주적·비 상속적으로 부(富)를 축적한 경영적 부농이었다. 아직 노사관계의 틀이 생기기 전이지만 굳이 고사관계의 틀에 넣는다면 천신만고 끝에 성공한 초기적 사(使)에 속할 것이다. 그는 결국 자기땅, 자기집을 갖고 그것을 잘 경영하여 ‘기적’같은 부를 축적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만일 흥부같이 비착취적이고 ‘갖지 못한 자’와 함께하는 경영인이라면 노동자는 그와 손잡고 협력적 노사관계를 발전시켜봄직하지 않을까. 그런 노사관계야말로 기술혁신을 낳는 기반이 된다. 아울러 노동은 무한한 생 산성을 갖는 또하나의 ‘흥부박’인 셈이다. 따라서 오늘날 기업인에게 노동을 ‘흥부박’ 처럼 소중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놀 부박’ 처럼 악덕 기업인을 벌주는 존재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본을 어떻게 흥부처럼 보듬느냐고 말했지만 간디는 제국주의 영국마 저 보듬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군위안부 문제만 하더라도 한국의 요 구를 지지해준 8만여 도쿄시민을 보듬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말 인가.

흥부상을 세계사적으로 재해석한 글에서조차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그 비판자야말로 흔한 박에서조차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낸 흥부를 겸손하게 재발견해야 할 것이다.

송욱/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5-18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