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한겨레21 150호를 말한다

대통령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

커버스토리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차라리 대통령이 없는 나라에 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을 담은 기사였다. 우리의 헌정사상 제대로 된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권력형태, 즉 제도의 문제라고 속단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다. 친일로 성장 한 사람과 총칼에 의해 집권한 사람들의 독재권력에 이어 문민정부가 등 장했다지만 오만과 독선은 여전했다. 결국 그런 대통령들의 최후는 비참 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식물인간’이고 ‘레임 덕’이고 간에 그런 대통령을 둔 게 안타깝고 서러울 뿐이다.

김현수/ 서울시 관악구 신림8동 567-20

기지촌 여성 문제 본질 비켜갔다

특집 ‘기지촌 여성의 국적교체’는 최근 기지촌에서 댄서로 혹은 매춘부 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흥미위주 선정성만 부각된 기사였다. 필리핀 여성들이 기지촌 지역의 성산업으로 몰리고 있 다면 기사의 초점은 왜 그들이 한국의 기지촌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것이 한국의 기지촌 매매춘 여성들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집중되는 게 옳지 않았을까 한다. 수비크만 기지 반환 뒤 정부가 미군을 상대로 생계 를 이어가던 여성들을 위한 대책에 무관심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지촌에서 일하는 한국여성들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한국여성들이 제3세계 여성들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타국의 여성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또다른 성산업으로 흡수되고 있는 것이 다. 이번 특집기사는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사회구조의 모순을 유지 시킨다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허나윤/ 서울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대학원 여성학과

편견 심어주는 선정적 사진

기지촌 여성에게도 인격이 있고, 가리고 싶은 부분은 있을 것이다. 하지 만 기지천 여성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에는 그런 고려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속옷을 꺼내 갈아입고 있는 한 필리핀 댄서의 사진은 심하다 싶었다 . 머리가 길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보통사람이라면 감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류의 사진은 호기심을 유발해 기지촌 여성 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기지촌 여성은 사회 구조적인 현실 에서 출발하는 문제라 생각한다. 흥미위주로 선정적인 사진에 열을 올리 기보다는 ‘수입여성’의 구조적 문제와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도록 다루 는 게 옳지 않았을까 한다. 기지촌을 바라보는 `한겨레21'만의 눈을 기대 했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김미영/ 전북 익산시 원광대학교 한의대 본과 2년

죽음의 방사능이 한반도 덮칠라

포커스 ‘한국에도 열화우랴늄탄 있다’는 충격적인 특종이다. 일본에서 문제가 되었던 죽음의 물질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예속과 굴 종의 한 단면이다. 실질적으로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이 마음만 먹으면 한반도는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음의 땅이 되고 말 것이 다. 아무리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다 할지라도 영구적인 안전을 보장할 수 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미간의 공동조사마저 막혀 있는 상황에선 사 격훈련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한반도가 미군의 지휘 아래 놓여 있음이 서럽고 서럽기만 하다.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도 특수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할 것이다 . 물론 그것은 시작이다. 주한미군이 이땅에서 사라질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한 자주독립국에 살게 될 것이니 말이다.

김덕호/ 전북 군산시 경암동 668-1 11/3

‘정치 드라마’ 조연들 걸러내야 한다

논단의 김세균 교수는 ‘단순복수극을 넘어서’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를 민주주의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소수제도권 정치집단의 ‘드라마’에 비 유했다. 국민이라는 ‘관객’의 공허한 야유와 환호성이 이 드라마의 ‘ 주연’인 제도권정치집단에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정치현실을 극 명하게 묘사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순에 가득 찬 정치구조의 타파를 위해 서 노동자-민중정치 및 시민정치의 활성화로 대중권력을 강화해서 일반 국민이 정치극의 주연배우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한가지 더 짚 고 가야할 것이 있었다. 그동안 금기시되거나 묵인되어 온 일부 보수언론 의 극우적·편파적 태도와 학자를 포함한 지식인들의 기회주의적 속성과 제도권 정치인으로 변신한 과거 재야인사들의 반민중적 정치행태는 이런 모순적이고 굴절된 우리의 정치에 가장 큰 기여를 했을는지 모른다. 정치 라는 ‘드라마’에서 주연 못지 않게 활약한 이런 류의 조연들도 지금 어 떠한 형태로라도 비판받아야 하고 바르게 걸러져야 할 것이다.

박정용/ 부산시 동래구 명륜1동 부국아파트 3동 352호

김현철은 ‘장기가수’ 아닌 ‘표절가수’

문화시대의 ‘가요계의 비극 스타시스템’은 좀처럼 연예계를 들여다보지 않는 `한겨레21'에서 보기 드문 시의적절한 주제였다. 국적 없는 대중문 화가 범람하는 가운데 ‘반짝스타’가 판치는 연예계를 방치하는 것은 언 론으로서의 직무유기다. 앞으로도 적절한 주제 선택으로 대중문화가 제대 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그런데 ‘장기가수’에 관련해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천재적 음악인으로 김현철을 예로 든 것은 용 서할 수 없는 잘못이다. 최근 그가 작곡한 곡이 표절로 방송금지당해 충 격을 안겨준 가수다. “표절시비가 발생하면 가수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던 그를 장기가수의 반열에 올린 것은 어떤 이유로도 명분이 없다. 좀더 세심하게 연예계를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이정민/ 서울시 송파구 가락2동 142 풍림아파트 101-311

여성을 욕망의 배출구로 여겼다

만화를 통해 미래 세계를 엿보는 시사SF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생각도 기발해서 ‘아’하는 감탄사가 절로 쏟아져 나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호 의 ‘러버보그’는 보고 난 뒤에 약간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오창달이 사이버 섹스를 즐기는 과정 묘사에 약간 역겨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비 가 파괴되어 여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는 남성의 위기가 여성을 성적 욕 망의 배출구로 만든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겨레21'에서 유일하게 어린 사촌동생들과 함께 보는 지면이 시사SF인데 이번호는 어쩔 수 없이 동생들과 보고 이야기하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만화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볼 수 있는 지면이다.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내용에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알찬 정보와 재미가 가득하길 바란다.

한웅희/ 서울시 도봉구 도봉1동 605-44

남편 생일선물 고민은 이제 그만

요즈음 여러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황태자의 비리 속출 소식을 접하며 왜 남편이 굳이 한겨레신문과 `한겨레21'만을 고집하는지 알 것 같다. 사실 우리가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한 사연은 좀 별나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 남편의 서른세번째 생일을 맞아 고민 끝에 고른 선물이 `한겨레21 ' 정기구독권이었다. 사실 맞벌이를 하다가 육아문제 등 여러 이유로 직 장을 그만두면서 시사주간지 하나 마음 놓고 못 보던 실정이라 올바른 정 보에 굶주려 있던 남편이 기뻐하는 모습은 예상보다 더 했다. 나 역시 직 장에서 여러 정보지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나름대로 짚어가다 집 안에서 바보상자와 씨름하다 보니 가치기준이 흔들리던 차에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그간 구독하면서 느껴왔다. 올해는 남편 선물은 따로 고민 할 필요가 없다. `한겨레21'만한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서은희/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가락아파트 44-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