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내각제로 가는 골치아픈 절차들

(사진/내각제 개헌을 위해선 먼저 국회의원 2백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치권이 당 안팎의 반발을 누르고 내각제 공론화에 어렵사리 성공한다고 해도 실제 개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절차가 만만찮다. 헌법 에 개헌 제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가능하도록( 제128조) 돼있고 헌법안 통과에는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제130조)이 있어야 한다.

재적의원 2백99명 가운데 적어도 2백명의 찬성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의 석분포로 볼 때 신한국당(1백57명)과 국민회의(78명) 의원 85% 이상이 찬 성하거나, 신한국당과 자민련(45명) 의원 전원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또 국민회의와 자민련 의원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신한국당 의원 가운데 75명 이 동참해야 한다. 결코 손쉬운 일은 아니다.

개헌 전제조건인 국회해산 절차도 걸림돌이다. 어렵사리 당선된 의원들이 임기의 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의원직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다. 국민회의 설훈 의원과 신한국당 김정수, 박범진 의원 등이 이런 이유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이를두고 ‘15대 의원의 잔여임기보장’ 조항을 삽입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위헌시비와 국민이 용 납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시기의 촉박함도 큰 장애가 된다. 현행 헌법상 헌법개정은 최소 50일, 최 대 1백10일까지(개정안 공고 20일 이상, 국회의결 60일 이내, 국민투표 3 0일 이내) 걸린다는 것과 12월18일 대선 이전에는 개헌을 완료해야 한다 는 점을 고려한다면 늦어도 8월까지는 개헌 합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험난한 산을 넘어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하더라도 국민이 받 아들일지 의문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 내각제에 대한 지지도가 높 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한보사태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기 때문 이다. 더욱이 개헌 강행을 “6·10항쟁의 성과물을 팔아 3김의 영향력을 존속하려는 정치권의 담합”으로 규정하고 “헌법수호투쟁까지 불사하겠 다”는 전국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산 넘어 산’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