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4월10일 제 152호

어떤 내각제를 꿈꾸는가

내각제 개헌 논의로 열띤 공방을 벌이지만, 정작 그 구체적 내용을 말하 는 사람이 적은 게 정치권의 현실이다. 이를 두고 “숟가락 없이 김칫국 만 마신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복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구 구각색의 ‘내각제’가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 주장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자민련은 ‘순수내각제’다. 통일 독일의 제도를 참조해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수반으로 국회에서 선출하되, 총리가 외무, 내무 등 국정 전반을 책임질 뿐 아니라 의회해산권까지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민련 은 현재 당정치발전위원회(위원장 조부영 전 의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이 안을 4월쯤 확정해 공개할 방침이다.

또 하나의 흐름은 ‘이원집정부제’적 성격의 내각제로 국민회의쪽이 관 심을 가지고 있다. 과거 ‘바이마르 헌법’아래 독일 공화국으로 대표되 는 이 제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면서도 민선대통령에게 상당한 실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DJP 공조를 통한 야권단일후보로 대통령이 되려는 DJ의 입맛에 꼭 맞는 것이다.

당내 대표적인 내각제론자로 알려진 이종찬 부총재가 주도하고 있는 국민 회의의 주장은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며 외교, 안보, 국방 등을 책임지고, 총리가 내무와 경제 등 내치를 관장하는 형태의 이원집정 부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문희상 총재특보단 간사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프랑스의 경우 민선대통령에게 행정부의 수장 지위와 삼 권을 통합 조정하는 국정의 영도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면서도 행정부의 권한 일부를 대통령과 총리가 분할하고, 총리와 각료에 대한 하원의 불신 임권을 인정하는 방식의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월21일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의 국제정치학회 기조연설 뒤 부터 여권 내부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권력분산론’이 있다. 현재 나타 나는 권력집중의 폐해는 인정하지만 내각제 개헌을 강행하기에는 시간과 명분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개헌보다는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 소를 살리자는 것이다.

△총리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총리가 내각을 통할하며 △내각의 임명제청권을 총리가 갖는 등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만 지키면 대통령제가 갖는 권력집중의 폐해를 시정하고 내각제가 갖는 요직 나눠먹 기식의 무책임성도 피할 수 있다는 게 이 주장의 골자다. 이 고문은 이를 위해 “대통령이 총리를 일방적으로 지명하기보다는 다수당인 여당 내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 추천된 사람을 지명하고 그로 하여금 내각을 실질적 으로 운영하게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집중의 폐해를 해결하겠다고 저마다 내놓는 이런 제도가 문제 해결에 정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대외적 명분과 감추어진 속내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신승근 기자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