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1

캠페인을 성공시키는 7가지 방법… 끝없는 권유와 독려로 아름다운 세기말을

[사진/사계절출판사 대표 강맑실씨]

<한겨레21>이 ‘베트남전 양민학살, 그 악몽 청산을 위한 성금모금 캠페인’을
시작한 지 두달 가까이 돼간다.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노근리 학살 사건이 전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지 보름쯤 지나서였던가. 노근리 학살 관련 보도는 어쩌면 베트남 양민에게
자행한 한국의 만행을 긴 설명 없이도 빨리 자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역할 바꿔 생각하기’처럼 말이다. 한국군에 의해 무고하게 학살당했거나 부상을
입은 채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베트남 양민들의 심정이 우리의 가슴을 파고들며
우리를 고통에 떨게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캠페인 동참하는 정치인,기업인에 박수를

나는 여기서 왜 우리가 이 캠페인에 동참해야 하는가 하는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캠페인이 활발히 번져나가기를
바라는 수많은 독자들의 바람을 성공시키기 위한 7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캠페인이 그 중요성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파급력이
약한 것을 보고 새 천년을 한달 앞둔 지금, 왠지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진/사계절출판사 가족들과 강맑실 대표.
사계절출판사는 캠페인 초기 100만원을 성금했다]

첫째 하루 2통씩 한달간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하자. 이것은 어렵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미
하루 2통 이상씩 전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말하기만 하면 된다. 이 캠페인이 불일 듯
번져나가야 하는 이유와 캠페인에 동참하는 방법을. 그러기 위해서는 <한겨레21> 캠페인난에 나와 있는
통장번호 하나쯤은 늘 기록해 가지고 있거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동참 여부를 끝까지 확인하는
자세를 견지하자.

둘째 캠페인에 동참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몰아주자. 캠페인에 동참하는 정치인이라면 역사의식만큼은
분명하지 않겠는가. 수재의연금처럼 이 캠페인은 해마다 벌이진 않을 것이다. 꼭 한번만 참여해도 된다.
액수에 상관없이 동참하는 것 자체만으로 박수를 쳐주자. 적어도 내가 후원금을 보냈던 김근태 의원은
반드시 동참하리라 믿는다.

셋째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인이 만든 제품을 사주자.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인은 결코 소비자를
이용해 돈만 챙기려는 기업인은 아닐 것이다.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생각하고 역사에 책임지려는 자세를
가진 기업인이라면 그 사람이 만든 물건은 믿어도 좋으리라. 꼭 사주자.넷째 캠페인에 동참하는 NGO
(시민단체)가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하고 가능하다면 후원금도 내주자. 박원순 변호사가 사무처장인
참여연대는 단체 이름처럼 반드시 참여할 것이다.

다섯째 이 캠페인을 보도하는 신문과 방송의 구독률과 시청률을 높여 주자. 다른 매체에서 벌이는
캠페인이라는 편견 없이 캠페인의 중요성을 보도하는 신문이나 방송사라면 시청자에게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는 매체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여섯째 앞으로 한달간 두 사람 이상 모이는 곳에서 반드시 캠페인의 내용을 이야기하자. 이것 역시 결코
어렵지 않다. 앞으로 한달 내내 송년회다 동창회다 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자리를 가질 것이다.
정겨운 이야기 끝에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일곱째, 동참했던 사람이 또 동참하고 동참했을 때 편지나 전화로 격려해주자. 우리 모두 한번
성금냈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 말한 방법을 앞으로 한달간 집중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물론 또 한번 모금에 동참할 수 있으면 하자.

나는 겨우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는 7가지 방법’만을 생각해냈을 뿐이지만 독자 여러분은
‘캠페인을 성공시키는 101가지 방법’도 실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새 천년이 다가오기 전에 어두운
역사의 한장을 걷어내는 자그마한 일에 우리의 힘을 모으자.

성모안과병원, 인의협도 나섰다

[사진/97년 베트남에서 백내장 무료수술을 하는 이경헌 원장]
부산 성모안과병원(원장 이경헌) 의료단이 베트남의
‘한국군 양민학살’지역에서 백내장 무료수술활동을 벌인다.
이경헌(50) 원장을 비롯해 의사,간호사 등 8명으로 이뤄진
무료진료단은 오는 12월5일 출국해 쿠앙응아이성 선틴현 지역에서
노인들을 중심으로 백내장과 각막이식 수술 등을 해줄 예정이다.
지난 96년부터 호치민 등에서의 무료진료활동을 통해 100여명의
백내장 환자들을 완치시킨 성모안과병원은 올해에는 일주일간
현지에 머물면서 50여명을 치료해준다. 성모안과병원은 이를 위해
각종 수술장비와 약품, 인공수정체 등 1억원 상당의 장비를 준비했다.

베트남은 안과기술이 낙후해 어려움을 겪는 백내장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경헌 원장은
“베트남에 진 빚을 갚는 의미에서 매년 베트남에서 무료수술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에는
<한겨레21>에 소개된 한국군 양민학살 지역에서 진료하게 돼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쿠앙응아이성 선틴현
지역은 청룡부대가 주둔한 지역으로 4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지역이다.

이와 함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대표 김종구)도 곧 의료진료활동을 떠날 계획이다.
인의협은 지난 11월23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사무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베트남 진료활동사업안’을
확정지었다. 내년 봄에 의료진을 베트남에 파견하기로 한 인의협은 인력과 재원확보를 위한 세부계획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인의협은 또한 이날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겨레21>의 ‘베트남 악몽청산을 위한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인의협의 박태훈(41) 사업국장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에 이어 ‘인의협’이 나선 만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와 ‘청년한의사회’도 이 사업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