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현(천안북일고)이 2025년 9월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남도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충남교육청행심위)가 충남 천안북일고 야구부 투수 박준현에게 내려진 충청남도천안교육지원청(천안교육지원청)의 ‘학폭 아님’ 처분을 취소하고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학교폭력 행위’라고 규정한 뒤 ‘서면 사과’(1호)를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준현은 2026년 한국프로야구(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에 지명된 뒤 7억원에 계약을 맺은 상태다.
충남교육청행심위는 2025년 12월8일 “천안교육지원청이 박준현에게 한 조치 없음 결정 처분을 취소하고, 서면 사과로 변경한다”고 결정했다. 행정심판법상 천안교육지원청은 이번 결정에 불복할 수 없고 결정을 지체 없이 이행해야 한다.
충남교육청행심위는 재결문(결정문)에서 박준현이 정군에게 ‘ㅂㅅ’(병신의 준말)이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여미새’(여자에 미친 새×)라고 말했던 사실, 정군이 야구부의 집단따돌림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증상을 겪은 상황 등을 거론하며 “박준현의 행위는 운동부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학교폭력 행위”라고 밝혔다. 충남교육청행심위는 이어 “박준현 측에 반성과 화해의 의사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는 ‘매우 높음’ 0점에 해당해 총점 3점으로 1호 처분인 서면 사과가 적절하다”며 “천안교육지원청은 사실을 오인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겨레21은 천안북일고 야구부 소속 정현수(18·가명)군이 2025년 5월 ‘오랜 기간 괴롭힘과 폭언, 따돌림을 당했다’며 박준현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했지만, 천안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가 ‘학폭 아님’ 처분을 내려 정군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제1577호 참조) 박준현 쪽은 당시 한겨레21의 보도에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방법 등으로 2차 가해를 한다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학교폭력예방법상 서면사과는 1호(1~3점)로 가해 학생에게 내리는 9단계 조처 중 가장 경미하다. 가장 높은 단계인 9호(16~20점)는 퇴학이고, 4호(사회봉사·4~6점) 이상부터 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재결문을 보면, 박준현은 반성 정도와 화해 정도에서 ‘매우 높음’(0점)을 받아 3점으로 가까스로 3호(교내봉사 4~6점) 처분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휘문고 시절 폭행 전력으로 대한체육회로부터 국가대표 영구 자격 정지를 당한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이 서면 사과(1호)와 교내봉사(3호) 처분을 받았다.

천안북일고 전경.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피해자 정군 쪽은 이번 행정심판 과정에서 “박준현이 심부름을 시키고 욕설을 했으며 휴대전화로 자신의 알몸을 불법촬영하는 등 언어폭력과 성폭력을 행사했다”며 “운동부 내 집단따돌림을 주도하며 지속적으로 청구인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충남교육청행심위는 재결문에서 욕설을 제외한 나머지 행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정군은 한겨레21에 피해 사실을 폭로한 뒤 북일고 야구부에서 분리돼 경기 출전에서 배제되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 북일고 학생회는 정군을 포함한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해당 사건은 학폭 아님으로 결정이 내려졌다”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전했고, 야구부 코치는 정군과 정군 아버지를 수차례 불러 ‘기사 수정’을 지시하기도 했다.
정군 쪽은 뒤늦게나마 학폭으로 인정된 데 대해 안도감을 드러냈다. 정군 아버지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진실을 밝히고 진정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최소한의 피해만 인정받았는데, 다른 피해자들도 이제는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군의 대리인인 김민재 변호사(법무법인 태광)는 “학폭이 인정됐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가해자가 충남교육청행심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결문을 살펴본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행정심판에서는 북일고 교장과 야구부 지도자의 2차 가해 등은 다루지 않았는데, 이 부분 역시 짚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KBO는 매년 신인드래프트 때마다 학교 폭력 근절을 홍보하지만, 관련 규약에는 빈틈이 많다. 드래프트 신청자는 학폭으로 인한 징계 여부를 묻는 ‘학교폭력 관련 서약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KBO 및 구단의 제재, 지명철회를 포함한 일체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드래프트가 끝난 뒤 학교 폭력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거나, 과거 ‘학폭 아님’ 처분을 받은 사건이 학폭으로 인정된 사례에 대해선 제재 방안이 전무하다. KBO 관계자는 “그런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 키움 히어로즈 제공
박준현을 1순위로 지명한 키움 히어로즈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키움은 학폭 의혹이 불거지자 ‘심의위원회에서 나온 처분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키움 관계자는 2026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2025년 9월4일 한겨레21에 “현재는 판단할 수 있는 게 심의위원회 처분뿐이다. 우리가 깊숙이 조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스카우트 파트에서 이런저런 정보도 얻지만 (학폭 의혹은) 소문은 같은 것들이다 보니 맹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에이스 안우진의 학폭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키움은 정군과 정군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전화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앞서 키움은 2025년 9월17일 2026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투수로서의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향후 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전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박준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같은달 24일 7억원의 계약금을 안겨줬다. 구단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키움은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이라는 점을 고려해 계약금 규모를 정했다”고 밝혔다.
박준현의 학폭 사건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서도 조사 중이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행정심판 재결문을 받아보았다. 조사는 거의 마무리돼 간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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