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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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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전세사기도 사회적 재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 토론회 국회에서 열려
“윤 대통령 아파트 미분양 대책 지시했듯 깡통전세 피해 지원 적극 나서야”
등록 2023-02-09 11:50 수정 2023-02-10 13:36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3년 2월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이날 출시된 ‘안심전세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3년 2월2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이날 출시된 ‘안심전세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금리인상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깡통전세·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보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월8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인천 미추홀구 깡통전세 피해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인천 미추홀구는 2022년 하반기부터 깡통전세(집값이 전세가격보다 떨어져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곳이다. 건축회사 회장 남아무개씨와 그의 직원들은 2017년부터 이곳에서 한동짜리 아파트·빌라를 짓고, 이를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뒤 또 다른 부동산임대 사업을 벌였다.

세입자들은 은행 선순위 채권을 감안해 주변 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으로 들어갔다. 예컨대 시세 2억원짜리 집에 은행 근저당이 1억2천만원 잡혀있으면 전세보증금 8천만원을 주고 입주하는 식이다. 세입자들은 신축 건물이서 정확한 시세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데다 부동산에서 “집주인이 재력이 좋아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듣고 계약했다고 한다. 2022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남 회장 회사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자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세입자들이 거리에 나앉을 상황에 처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가 집계한 피해 세대는 2800여가구, 피해금액은 약 9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태근 변호사(세입자114 운영위원장)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빌라왕’ 피해자들은 대부분 선순위 세입자여서 보증금을 받을 때까지 거주할 수 있지만,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후순위 세입자여서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면 쫓겨나야 한다. 빌라왕 사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미추홀구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부터 2021년 7월까지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전세가격이 올랐고 피해자들은 전세금 증액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금리인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깡통전세 피해를 당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1년 반 동안 0.5%에서 3.5%로 3%포인트나 올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누구도 예상못한 상황에서 ‘후순위 세입자가 조심했어야지’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금리 급등으로 인한 아파트 미분양 문제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똑같은 피해 상황에 놓인 전세사기 피해자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긴급주거지원 기간 연장, 전세대출 기간 연장 및 대출 이자 조정, 전세대출금 채무불이행에 대한 채무조정절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무분별한 대출과 보증 확대,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더해졌고 그 결과 지난 2~3년간 무자본 갭투자가 성행했고 집값은 폭등했다”며 “깡통전세와 전세사기는 정부 정책 실패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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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3226.html?_ga=2.53476961.879856398.1675669938-551164760.1673521416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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