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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낙점설’ 강원도청사 이전, 순항할 수 있을까?

시민단체, 대상지 졸속 변경 따른 투기·난개발 우려
등록 2023-01-24 16:40 수정 2023-01-25 05:40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있는 현재의 강원도청사 모습. 강원도 제공

강원도 춘천시 봉의동에 있는 현재의 강원도청사 모습. 강원도 제공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입니다. 강원도에도 ‘수도’가 있는데 바로 춘천입니다. 춘천에는 도청과 의회, 교육청, 춘천지방법원·춘천지방검찰청 등 주요 기관이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탓일까요? 춘천의 기관들도 저마다 새 청사를 짓는 문제로 분주합니다.

새 터는 고속도로 외엔 모두 접근성 떨어져

이 가운데 강원도에선 도청사가 어디에 신축될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먼저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는 2022년 1월4일 기자회견을 열어 “캠프페이지(옛 미군기지)를 도청사 신축 터로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이를 ‘밀실 결정’이라며 백지화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2월20일 신청사 건립부지선정위원회를 통해 ‘동내면 고은리’에 새 청사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강원도가 새 도청사 터로 발표한 동내면 고은리 443번지 일대 10만㎡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요금소를 빠져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부지선정위원회는 가장 높은 배점이 부여된 ‘접근 편리성’(30점)에 만점에 가까운 28.6점을 고은리에 줬습니다. 최종 경합까지 올라간 우두동 옛 농업기술원은 19.3점을 얻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고은리가 고속도로에 가깝다는 것을 빼면 전철과 아이티엑스(ITX)가 오가는 남춘천역이나 춘천역 모두 옛 농업기술원과 더 가깝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대중교통 수단인 춘천시외버스터미널을 기준으로 해도 마찬가지 결론이 나옵니다.

김진태 지사는 도청사 이전 발표 바로 다음날 더 충격적인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새 도청사를 지을 땅 인근에 100만㎡ 규모의 행정복합타운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새 도청사의 열 배나 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셈입니다. 김 지사는 10만㎡는 도청사를 짓고 나머지 30만㎡는 공공기관 터로, 60만㎡는 미디어·상업 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대규모 개발사업에 우려도 제기됩니다. 먼저 도청사 땅을 사는 데 드는 비용만 76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보다 열 배나 부지 면적이 커졌으니 땅 매입에만 7600억원 정도 필요합니다. 열악한 강원도 재정상 사업을 추진하려면 강원도 산하기관인 강원도개발공사나 별도의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금융권 빚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제2의 알펜시아’ 혹은 ‘제2의 중도개발공사’ 사태가 되리라는 걱정이 큽니다. 민간자본을 유치할 때도 부동산투기 등이 우려됩니다.

새 도청사 터 주변 대형 개발사업 추진

벌써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는 김 지사의 발표 다음날 성명을 내어 “행정복합타운은 강원도 재정 형편으로 어렵다. 결국 민간 부동산투기 유발과 도시 난개발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될 것이다. 강원도가 명확한 근거와 심사 결과를 공개해 의혹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강원도는 사전 낙점설 등의 의혹 제기에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안영미 강원도청 청사건립추진단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위치 선정을 위해 전문가 등 17명으로 구성된 청사건립부지선정위원회에서 위치를 결정했다. 또 부지선정위원회는 접근 편리성 항목에서 도민들의 접근 편리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판단했고, 철도 등을 이용한 대중교통보다는 일반차량을 이용한 접근 편리성에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100만㎡의 행정복합타운은 계획 초기 단계로 향후 개발주체 및 개발방식, 재원조달 방안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강원도의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사업추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강원도청사 이전은 1896년 현 위치에 강원도 관찰부가 설치된 지 127년 만에 처음으로 자리를 옮기는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다. 김진태 지사는 사전 낙점설 등 도청사 이전 논란을 잘 극복하고 무사히 ‘고은리 도청사’ 시대를 열 수 있을까요?

춘천=박수혁 <한겨레>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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