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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참석할까봐?

부마재단 검열 논란 사건이란
등록 2022-12-03 06:20 수정 2022-12-09 04:28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22년 10월16일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22년 10월16일 열린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가수 이랑은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 행사 총괄감독을 맡았던 강상우 감독과 함께 행정안전부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부마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았던 하주희 변호사가 법률 대리인을 맡았다.

부마재단은 처음 강상우 감독과 기념식을 준비할 때만 해도 감독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마재단 관계자는 2022년 6월30일 강 감독에게 다음과 같이 알렸다. “청와대(대통령실)에서 본 기념식의 연출 방향에 대해 지시하거나 가이드를 내리지 않고 있으며 행정안전부 역시 부마재단의 행사 추진 과정에 특별한 지시나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지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43주년 부마항쟁기념식은 청와대(대통령실)나 행안부 등의 특별한 개입 없이 부마재단의 주도로 준비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 등 기념식 윤곽이 잡히자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전개됐다. 9월7일 부마재단과 행안부 주무관 등이 참여한 회의가 끝나고 며칠 뒤 강 감독은 이랑을 기념식에서 제외하라는 행안부 윗선의 요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에 행안부의 압박이 있고,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재단 쪽은 9월24일 강 감독을 만나 <늑대가 나타났다>를 기념식 공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재단 입장을 처음 전했다. 같은 날 이랑도 재단으로부터 행안부, 부마진상규명위의 요청으로 <늑대가 나타났다>를 기성곡으로 바꿔 무대에 서야 한다는 통보를 전자우편으로 받았다. 부마재단은 <늑대가 나타났다> 대신 <상록수>나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예산의 목줄을 행안부에 맡기고 있다보니… 그동안 저희 메시지를 관철할 수가 없었거든요. 아마 행안부 윗선에서 중간결재 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 브레이크가 잡힌 것 같습니다.”(9월26일 진현경 부마재단 상임이사와 강 감독의 통화) 곡 변경 요구를 끝까지 거절하자 기념식 공연은 무산됐다. 재단 실무진은 “선곡 변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에 기념식에서 강상우 감독님과 기념식을 더 진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전자우편을 10월6일 보냈다.

재단은 대행사에 사례비 협의를 넘겼고 대행사는 1700만원으로 책정된 연출비와 출연료도 700만원만 주겠다고 통보했다. 8월 초부터 두 달 가까이 밴드·시민합창단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던 이랑에겐 정산해야 할 숙박비와 연습료도 적잖았다. 강 감독도 무대 연출안을 모두 짜고 시민 섭외도 마쳐놓은 상황이었다.

행안부는 11월22일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선곡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재단에 전달했을 뿐 검열한 사실이 없다”며 “중도사퇴한 공연 관계자와의 정산 방식에 대해서는 기념식 행사 용역대행업체와 재단에서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부마항쟁은 1979년 10월 부산과 경남 마산의 학생과 시민이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싸운 운동이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4대 민주화운동으로 불린다. 부마항쟁은 40주년이 된 2019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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