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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용산소방서장 구속하려면, 7만 소방관을 구속하라

정부 책임자 중에 유일하게 참사 현장 지휘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입건
소방관들 “현장에서 죽도록 뛰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은 결과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인가”

제1439호
등록 : 2022-11-20 14:13 수정 : 2022-11-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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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들과 경찰들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10월30일 새벽 서울 용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박종식 한겨레 기자 anaki@hani.co.kr

2022년 10월29일 밤부터 10월30일 새벽 사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는 906명의 소방관이 있었다(서울종합방재센터 ‘구조상황보고서’).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은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밤 10시28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가장 먼저 입건한 피의자 6명 가운데 최 서장이 포함됐다. 그날 밤 10시35분 현장에 도착해 8분 뒤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도 함께 입건됐다.

일선 소방관들은 할 말을 잃었다.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해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 소방인데, 돌아오는 것은 정작 입건과 압수수색입니다.”(11월7일 더불어민주당과 용산소방서 간담회) 김진철 용산소방서 행정팀장은 눈물을 보이며 말했다.

11월13일과 14일 찾은 용산소방서 1층에는 시민들이 보낸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국민은 소방을 응원합니다’ ‘우리가 지켜줄게요’ 등 시민들이 적어 보낸 문구가 화환마다 쓰여 있었다. 11월9일 ‘소방의 날’을 맞아, 초등학생이 보내온 편지들도 있었다. ‘위험하고 안타까운 일들을 직접 보시면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는데 열심히 출동하시고,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서울불광초등학교 6학년 서채영) ‘매시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온정신을 바짝 집중하시고 항상 긴장하시는 것 같아 저의 기운이라도 나눠드리고 싶어요.’(서울대학교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5학년 김준휘)

응원의 목소리는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의 마음에 닿았을까. 이날 용산소방서는 고요했다. 수사 대상이 된 용산소방서 소방관들은 조심스러워했다.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인터뷰할 수 없다”며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날 이태원 참사에서 이들이 잘못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소방관들의 시선으로 그날 이태원을 다시 되짚어봤다. _편집자주
2022년 11월15일 서울 용산구 용산소방서 로비에 소방대원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류우종 기자

“전화가 늦어 죄송합니다. 어제 야간근무하고, 오늘 낮에 서울역 앞에서 ‘7만 소방관 지키기 범국민 서명운동’을 했거든요. 끝나고 친구와 술 한잔하느라.”

2022년 11월16일 저녁, 약속한 시각보다 늦게 전화를 걸어온 서울 중부소방서 신당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권영준(49) 대원의 목소리에는 취기가 배어 있었다. 3주 전의 그날 이후로 술 마시는 횟수가 잦아졌다.

10월29일 밤 10시15분, 이태원에서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서 출동 지령이 떨어졌고, 권 대원은 밤 10시40분께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도착했다. 아비규환이 된 현장은 진입조차 불가능했다. 골목 뒤쪽으로 돌아가는 데만 10분이 더 걸렸다.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있는 환자는 이미 10명이 넘었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가슴을 압박하고, 늘어진 사람을 옮기고, 환자를 다른 시민에게 부탁하고, 다시 또 다른 환자를 향해 뛰었다. 심정지 추정 환자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날이 밝고 나서야 출동했던 대원들은 흩어졌다.

“우리 조직엔 힘이 없다”

그날 이후, 정부는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출동한 구급차량 188대와 출동소방관 620명의 현장 활동기록(구급출동일지와 액션캠에 찍힌 영상 등)을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제출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소방서를 압수수색했다(11월2일·8일).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11월7일)과 현장지휘팀장(11월9일)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11월9일 오전 서울 용산소방서에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대응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조직엔 힘이 없다, 그런 걸 느꼈죠.”(권영준 대원)

결국 소방관들은 거리로 나왔다. 11월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속 대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에서 죽도록 뛰고 한순간도 멈추지 않은 결과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인가”라며 “그날 (구조 현장엔) 행정안전부 장관도, 서울시장도, 용산구청장도 없었다. 유일하게 참사 현장과 함께한 지휘관이 용산소방서장이었다. (그를 구속하려면) 7만 소방관들을 다 구속하라”고 외쳤다.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출근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서 안전하게 활동을 마치고 퇴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굳이 죄를 묻는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게 죄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도와달라고 목이 쉬게 외치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지 못해서 자책감에 빠져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상황이 생생히 떠올라 밤잠도 제대로 못 자는 일선 소방관과 경찰들에게 (어째서) 책임을 떠넘기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충남소방지부 소속 임수환 대원이 발언하다 말고 안경 밑으로 눈물을 훔쳤다. 경찰청 앞에 함께 서 있던 대원들의 코끝도 빨개졌다.

참사 당일 출동한 소방관들은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현장지휘팀장을 입건한 게 “수사를 위한 형식적 입건”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원들은 ‘여론 간보기’로 느끼고 있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 대원들이 2022년 11월14일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를 찾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날

참사가 벌어진 날, 최성범 서장은 해밀톤호텔 옆 골목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소방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안전근무 책임관’으로서 이태원119안전센터에서 밤 10시까지 근무를 서게 돼 있었다. 근무시간을 넘겨서도 센터에 남아 있던 최 서장은 밤 10시15분께 사고를 인지했다. 10분 뒤인 10시25분께 119센터에서 출발했고, 200m가량 떨어진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28분이었다. ㄱ현장지휘팀장은 대기 중이던 용산소방서에서 10시18분 출발해 현장에 도착한 뒤, 10시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서울지방경찰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밤 11시5분. 최성범 서장이 무전으로 요청했다. “경찰력을 해밀톤호텔 뒤편으로 많이 보내줘야 해, 빨리.” 11시13분, 인접 지역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2단계 발령 5분 뒤쯤 출동한 서울 ㄱ소방서 소속 김민수(가명) 대원은 “20년 넘게 여러 현장 경험을 했지만 현장에서 그렇게 열심히 하는 서장님(최 서장)을 본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원은 생존 가능성이 없는 환자로 분류된 희생자들의 옷차림을 다듬고 준비한 모포로 얼굴을 덮어주는 일을 했다. 희생자들을 일렬로 눕혔는데 줄이 어느새 2열, 3열, 4열이 됐다. “현장은 전쟁터 같았어요. 딱 미사일 한 방 떨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날 대원들의 눈에 찍힌 영상, 10년이 지나도 어느 순간 이태원 얘기를 꺼내면 그 영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갈 것 같아요.”(김민수 대원)

인천의 한 소방서 소속 유병혁(31) 대원도 서울로 향하는 구급차 안에서 ‘대응 2단계 발령’을 들었다. 유씨가 근무하는 소방서엔 밤 10시52분께 ‘50명 압사 추정’이란 지령이 내려왔다. 그는 처음 ‘압사’라는 단어를 듣고는 “노후화한 건물이 무너졌나” 생각했다.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본 영상에는 수십 명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20~30분. 이미 숨진 이들이 해밀톤호텔 앞 대로변에 눕혀 있었다. 유 대원은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일을 맡았다. 구급차를 타고 서초구에 있는 서울성모병원으로 달렸다. 유씨가 이송을 담당한 희생자가 받은 번호표는 48번이었다.

2단계 발령 이후 최 서장은 총 54차례 무전을 통해 “추가 소방력 계속 보내달라” “호텔 뒤편 통제가 안 된다” 등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공개한 참사 당일 소방 무전 기록) 밤 11시50분 ‘대응 3단계’가 발령됐다. 최 서장은 참사 다음날 새벽 2시15분, 2시58분, 4시7분, 6시30분까지 네 차례 현장 브리핑을 했다. 카메라에는 덜덜 떠는 그의 손이 잡혔다.

하지만 참사 이후 최 서장에게 돌아온 추궁은 “왜 3단계로 빨리 상향하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만약에 그냥 함부로 대응 단계를 많이 걸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제대로 인명 피해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고 무작정 상향하면 어떻게 될까요. 주변 소방력이 다 한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다른 사고에 출동할 인력이 부족해져요. 다른 데서 화재나 응급환자가 생기면, 그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할 거예요? 우리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예요.”(권영준 대원)

그 시각, 집에 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밤 11시20분에 참사 사실을 처음 인지했고 3단계가 발령되기 1분 전인 11시49분 재난안전비서관에게 현장 방문을 지시했다. 이 장관이 현장을 방문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가까이 지난 새벽 12시45분께였다.

모든 재난관리의 총괄 책무는 행안부 장관

“2단계, 3단계로 넘어가면 서장 선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소방서장이 무슨 힘이 있어요. 권한이 있는 사람이 책임도 지는 거 아닌가요. 범죄자로 만들려고 하는 건, 진짜 좀 아니지 않나요.”(김민수 대원)

특수본은 재난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보다 소방관의 책임을 먼저 물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은 11월14일 “참사의 첫 요인은 현장 대응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예방 조처가 잘못돼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총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상민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했다. 특수본은 고발 이후에야 이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행안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11월17일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서울상황센터,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안전관리정책관, 재난대응정책관 등 12곳을 압수수색했다.

소방공무원 노조가 제출한 고발장에는 이 장관이 ‘직무를 유기한 사실’과 관련해 두 가지 주요 지적이 담겼다. 주최 없는 다중 운집에 관해 재난 예방·대응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행안부가 기존에 다중 운집 매뉴얼을 만들어뒀는데도 장관이 필요한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발 대리인인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행안부 장관이 재난안전법상 국가·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모든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고, 중대본을 설치해 지휘할 권한이 있으니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장관에겐 장관의 책임이, 지자체장에겐 지자체장의 책임이, 서울경찰청장에겐 또 사고를 방지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 장관이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지,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안전법 등에서 정하는 구체적인 주의 의무와 책임이 있는지를 법리 검토 중이다. 6월 행안부 경찰국 신설과 관련한 브리핑 때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의 업무를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밝혔던 이 장관은 “(경찰청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1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고 말을 바꿨다.

11월14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 모인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조합원들이 이태원 참사 관련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끼리 얘기하고 서로 위로하자

유병혁 대원은 “지옥 같기도, 전쟁터 같기도” 했던 그날의 출동 이후 트라우마 상담을 받았다. ‘최근에 트라우마를 겪었나요’ 묻는 문항에 “오지선다로 시험 보듯이” 체크한 것이 전부였다. 출동한 대원들끼리는 그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최근 소방관들에 대한 수사 상황을 보고 들으면서 트라우마는 더 심해졌다. “회의감이 들어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소방관들) 책임이라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걸 듣고 정말 충격받았어요.”

김민수 대원은 현장에 출동한 대원들과 서로를 위로하며 버티는 중이다. “지금 우리가 이걸 억지로 잊으려 할 필요 없다. 힘들 때 누구한테 얘기할 것도 없다. 그냥 우리끼리 얘기하자. 아쉬웠다. 안타까웠다. 우리끼리 얘기하고 서로 위로하면 된다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1월15일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소방관들에게 초점을 맞춘 수사를 멈추고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는 취지다. “서울역에서 서명운동 하는데 국민은 아시더라고요. 커피, 박카스 갖다주시고 생수도 쌓이고. 너무 고마우면서도 죄송스럽고. 어떤 분은 서명하면서 자기 친구가 거기서 희생됐다고 하더라고요.”(권영준 대원) 서명 용지는 11월22일 특수본에 전달된다.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11월21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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