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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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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레기 걱정없이 살아서 좋아

2020년 5월 분리수거 시작, 그러나 여전히 그냥 버려도 돼,
다른 점은 누군가가 분리해서 가져가 는 것
등록 2021-08-02 08:11 수정 2021-08-03 01:59
2013년 4월 베이징 쓰레기 집하장에 도착한 트럭에서 노동자가 쓰레기를 내리고 있다. 중국은 2018년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 쓰레기 관련 개혁을 펼치고 있다. REUTERS

2013년 4월 베이징 쓰레기 집하장에 도착한 트럭에서 노동자가 쓰레기를 내리고 있다. 중국은 2018년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 쓰레기 관련 개혁을 펼치고 있다. REUTERS

지금까지 국내 쓰레기의 여정을 쫓아왔다. 이제 지구촌으로 눈을 넓혀보자. 2018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인류의 쓰레기 배출량이 연간 20억t이 넘는다. 올림픽 경기 기준 수영장 80만 개를 채우고도 남는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에는 34억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전체의 16%에 그친다. 쓰레기 문제에서도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부자 나라가 더 많이 버리고 가난한 나라가 더 큰 위협에 노출된다. 독일·미국·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일본·타이·터키·홍콩 9개국에 더해, 우주폐기물까지 인간의 ‘쓰레기 발자국’ 실태와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_편집자주

2001년 중국 베이징으로 이주했을 당시 동네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그 황량한 벌판 위에 지금은 알리바바와 벤츠 등 세계 500대 기업이 들어서고 고급 아파트와 상가들이 세워졌지만 원래 그곳은 쓰레기 무단투기장이었다. 본격적인 개발 붐이 불기 전에 베이징 시내의 거의 모든 공터에는 쓰레기와 잡초가 사이좋게 동거하고 있었다. 그 사이로 무허가 판자촌도 즐비했다. 쓰레기 집성촌이라 해도 무방했다.

쓰레기봉투를 돈 주고 산다고?

한국에 한 번씩 갈 때마다 가장 불편했던 점은 쓰레기 버리는 문제다. 한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중국으로 왔던지라,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쓰레기 분리배출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 가서 잠깐씩 머물다 올 때마다 항상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문제가 가장 큰 골치였다. 그중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고난도 문제였다. 가정에서 음식물 찌꺼기 분쇄기를 사용한다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요일마다 각종 쓰레기 버리는 날이 다르고, 지정된 쓰레기봉투를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사실도 어마어마한 ‘문화 충격’이었다. ‘우리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 살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쓰레기를 ‘쓰레기처럼’ 막 버릴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답니다.”

한 번씩 중국에 놀러 오는 한국 지인들은 ‘쓰레기 천국’인 중국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도 분리배출을 안 하고 막 버리는데 왜 중국만 욕하냐”고 대꾸했다. 또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선진국이 자국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 쓰레기를 죄다 중국으로 수출해서(2018년부터 중국은 외국 폐기물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다) 역으로 돈을 벌기까지 하면서 정작 중국을 ‘오염 주범’으로 비판하는 시각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쓰레기 걱정 없이’ 잘 살았는데, 2020년 5월부터 ‘우리 베이징에서도’ 드디어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시행됐다. 중국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 하나가 사라졌다.

2021년 7월 베이징의 한 업자가 종이를 ‘분리수거’한 뒤 리어카에 실어 나르고 있다. 박현숙 제공

2021년 7월 베이징의 한 업자가 종이를 ‘분리수거’한 뒤 리어카에 실어 나르고 있다. 박현숙 제공

거대한 ‘쓰레기산’으로 포위된 베이징

2004년 중국은 미국을 초월해 세계 최다 쓰레기 배출 국가가 됐다. 중국의 생활쓰레기 연간 배출량은 2019년 기준으로 4억t가량이며 매년 약 8%씩 증가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베이징은 중국 최대 쓰레기 배출 도시다. 하루 쓰레기 배출량이 3만t 정도다. 내가 사는 베이징 집 앞 쓰레기통에도 온종일 쓰레기가 차고 넘치지만, 일정한 시간마다 누군가가 와서 수거해 싣고 또 어딘가로 사라진다. 도대체 그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2010년 상영된 <쓰레기로 포위된 도시>는 베이징 시내에서 매일 사라지는 쓰레기의 행방을 취재한 다큐멘터리영화다. 베이징 외곽에 있는 460개의 쓰레기 처리장을 2년간 취재해서 만든 이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은 거대한 ‘쓰레기산’과 거기서 쓰레기를 주워 팔아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다. 마지막 장면은 베이징의 쓰레기 매립지와 불법 매립장 지도를 화면 가득 담았다. 지도를 보면 베이징은 거대한 쓰레기산으로 포위된 도시다. 영화는 감독의 내레이션을 통해 베이징의 개발과 발전은 쓰레기산 위에서 건설된 거라고 말한다. 당시 베이징에 있던 400개 넘는 쓰레기산은 지금 대부분 ‘개발되어’ 아파트와 상점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베이징은 2020년 5월부터 ‘베이징시 생활쓰레기 관리 조례’를 발표해 실시하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 베이징시 주민들은 재활용, 유해, 음식물, 기타 네 가지로 쓰레기를 분류해서 버려야 한다. 위법시에는 50~200위안(약 8800~3만5천원)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다른 대도시들도 속속 강제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기술과 기업에 집중적인 지원과 투자를 할 방침이다. 도시 생활쓰레기 처리도 무해화, 감량화, 자원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외식과 배달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도시 쓰레기 배출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6년 28곳이던 베이징시 쓰레기 매립소각장이 2020년에는 45곳으로 늘어났을 정도다.

여전히 모르는 것, 쓰레기는 어디로 가나

베이징시 강제 분리수거 정책도 사실상 ‘흉내’만 내고 있다. 초기에는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를 사는 등 쓰레기 분리배출 모범 시민이 되려고 호들갑을 떨던 이웃집 중국인들도 지금은 슈퍼에서 물건을 살 때 주는 비닐봉지에 대충 다 섞어 넣고 분리 쓰레기통 아무 곳에나 휙 던져놓는다. 분리수거는 수거업체 직원들이 하고 있다. 쓰레기를 들고 내려가서 버려야 한다는 불편만 추가됐다. 나도 한국에서 겪었던 엄격한 쓰레기 분리배출 악몽이 생각나서 ‘좋은 시절은 다 갔구나’ 하며 낙담(?)했지만, 지금은 예전처럼 ‘편하게’ 살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지금은 누군가가 분리해서 가져간다는 점이다. 그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서 어떤 종말을 맞는지는 여전히 잘 모른다.

베이징=박현숙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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