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기사가 나간 뒤 한 독자의 전자우편을 받았습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전 앞으로 피해자로 확정됐습니다. 혹시나 했더니 저희 집 빌라 주인도 바지 임대인이더군요.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회 연락처 부탁드립니다. 힘을 모아봐야죠.” 저는 연락처를 알려드리고 추가 취재를 하게 될 때 다시 연락하겠다고 답장했습니다.
지난호(제1447호)에서 인천 미추홀구 깡통전세 피해 사태를 취재했습니다. (서로 얽힌 건설업자·집주인·부동산이 갖고 놀았다) 깡통전세 피해자를 만나고, 미추홀구 현장을 돌아다니며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취재하고, 주요 피해 주택건물 4동 182세대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습니다. <한겨레21>이 확인한 대부분 주택은 분양조차 되지 않았고 한 건물 전체를 한 사람이 소유하거나 몇몇 임대인이 나눠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평균적으로 주택 한 채에 잡힌 근저당은 1억원 남짓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추홀구의 어느 ‘나 홀로’ 아파트는 ‘건축왕’으로 불리는 남아무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던 ㅊ건설사가 지었습니다. 남 회장 회사의 직원은 해당 매물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로도 일했습니다. 중개한 사무실은 직접 가보니 문을 닫고 사무 집기까지 빼버린 지 오래였습니다. 주요 피해 아파트 대다수의 관리는 한 업체가 맡았습니다. 관리업체 대표는 남 회장의 ㅅ건설업체에서 이사를 맡은 김아무개씨였습니다. 건설사, 공인중개업체, 관리업체 등이 조직적으로 ‘깡통전세’ 만들기에 가담한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피해자들은 이번 사태를 남 회장이 주도했다고 봅니다. 남 회장은 2013년부터 미추홀구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지었는데, 피해자들이 남 회장과 관련한 건설사들이 지었다고 파악하는 피해 주택은 60여 채 2800여 세대에 이릅니다. 남 회장은 미추홀구뿐 아니라 강원도 동해경제자유구역 망상 제1지구 개발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게 되자, 2022년부터 미추홀구 주택들이 하나둘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빌라왕부터 미추홀구의 건축왕까지 깡통전세 피해를 본 지역은 단독·다가구·빌라 등이 모인 서민 주거지입니다. 세입자들이 피해에 노출된 이유는 주변 시세 등을 확인하기 쉬운 아파트에 들어갈 돈이 부족해서였을 겁니다. ‘미추홀구전세사기대책위원회’에 모인 피해자들은 신혼부부, 폐업한 자영업자, 80대 노인까지 다양합니다. 이들이 받지 못하게 된 전세금 6천만~7천만원은 평생 모은 전 재산이었습니다. 이들은 힘을 모아 전세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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