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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기사 후기]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독자들께

윤석열 검찰총장이 당장 물러나야 하는 이유
등록 2020-12-14 08:56 수정 2020-12-16 09:00

칼날과 같은 이슈였습니다. 제1341호 표지이야기 ‘검찰 개혁, 다시 처음부터’를 읽은 많은 독자들은 제게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물었습니다. 독자들의 날 선 반응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를 살펴서 앞으로 갈 길을 보여주려던 애초 의도가 충분히 구현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다음엔 혼동을 일으키지 않게 더 명쾌하게 써야겠습니다.

2020년 1월부터 거의 1년 동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충돌해온 이유는 단순합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도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주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장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윤 총장은 검찰의 위상을 추 장관과는 달리 보는 것 같습니다. 검찰은 일종의 준사법기관이기 때문에 검찰권 행사는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래된 논란입니다. 검찰이 행정기관인가, (준)사법기관인가에 대해서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해방 직후 검찰의 아버지들은 행정부와 사법부로부터 모두 독립된 검찰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물론 그 의도는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수사·기소 기관을 만들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검찰은 그런 논쟁의 역사와 1987년 민주화를 바탕으로 ‘사회 정의의 심판자’로서 위상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독립’은 위험성이 있습니다. 검찰 권한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또 검찰의 잘못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 검찰의 권한은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게서 위임받은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고 검찰을 통제하는 것, 이른바 민주적 통제는 당연한 일입니다.

현재 검찰은 자신들의 권한이 대통령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부정하는 듯합니다. 대신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합니다. 시민들은 권한을 검찰에 위임한 적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는 검사들의 속내를 털어놓습니다. “검사들은 자신의 권한이 사법시험 합격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입니다.

12월10일 법무부에서는 윤 총장의 비위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결론이 어찌 되든 윤 총장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윤 총장의 뜻이 시민들이 선택한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맞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검찰총장과 같은 행정부의 고위 정무직은 임명권자와 뜻이 맞지 않으면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것이 정당 민주주의와 대통령제의 원리입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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