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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심상정, ‘짠맛’ 보여줄까

등록 2022-01-23 12:20 수정 2022-01-24 01:57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중앙일보 공동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중앙일보 공동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17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돌아왔다.

1월12일 저녁 공식일정을 마친 뒤 돌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간 지 닷새 만이다. 연말 연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제3지대 후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10%대로 크게 상승한 반면, 심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 상태였다. 심 후보와 정의당의 존재감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심 후보의 칩거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답답함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돌아온 심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저와 정의당이 맞잡아야 할 시민들의 마음이 아득히 멀게 느껴졌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심 후보는 “진보의 성역처럼 금기시되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공론화를 시작하겠다. 금기를 금기시해서 낡은 진보의 과감한 혁신을 이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 예로 정년연장과 연금개혁을 들었다. 세대갈등을 포함한 첨예한 사회갈등을 빚을 수 있는 이러한 의제를 회피하지 않고 ‘진보정당으로서 가치와 원칙’을 세우겠다는 혁신 의지의 표명이다.

사실 정의당의 위기는 정체성 위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제20대 국회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혁 국면에서 정의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등 민주당과 공조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혁은 실패했고, 이후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휘청였다. 심 후보도 이에 대해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가치와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 뼈아픈 저의 오판에 대해 겸허하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진보정당이 진보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을 때는 그 존재감이 컸고, 나아가 거대 양당을 견인하기도 했다. 정의당의 전신이자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 등을 거치며 무상의료·무상교육·무상급식, (기초)노령연금, 아동수당, 선거연령 18살 하향 등의 진보적인 공약·정책을 제시했다. 이후 20년 동안 이 정책들을 거대 양당이 각종 선거에서 공약으로 가져다 활용했다. 그 결과 2008년 저소득층 노인 대상 (기초)노령연금 지급 시작, 2011년 무상급식 시행, 2018년 7살 미만 아동수당 지급, 2020년 총선부터 선거연령 18살 하향,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 역대 최고치인 65.3% 달성, 2021년 초·중·고 전 학년 무상교육 시행 등 ‘진보정당의 꿈’은 차근차근 현실이 돼왔다.

거대 양당이 보수 기독교계의 눈치를 보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심 후보는 2021년 12월16일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을 찾아 법 제정 설득에 나섰는데 ‘눈치 보지 않는 정면 돌파’라며 관련 영상이 화제가 됐다.

진보정당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소금 구실을 해왔다. 하지만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더는 소금이 아니다. 돌아온 심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저와 정의당은 국민들의 재신임을 구하겠다”는 절박한 각오를 밝혔다. 남은 40여 일간의 대선 레이스에서 심 후보와 정의당의 ‘짠맛’을 기대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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