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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년, 두 번의 변곡점

‘정권 재창출’ 투표층에서 이재명-이낙연 1·2위, 범야권에선 윤석열-안철수
등록 2021-03-13 11:31 수정 2021-03-17 01:47
여야 지지율 1~4위 대선주자들(이름 가나다순). 한겨레 자료, 공동취재사진

여야 지지율 1~4위 대선주자들(이름 가나다순). 한겨레 자료, 공동취재사진

앞으로 1년이다.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통령이 뽑힌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 1년은 짧다면 짧다. 대선을 준비하는 후보들에게 남은 1년은 길다면 길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순위는 여러 차례 엎치락뒤치락할 테고, 앞으로 어떤 정치적 변곡점이 그려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1년 사이에도 대선주자 레이스는 요동쳤다. 2020년 상반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하 직함 생략)가 부동의 1위였으나 그해 8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로 치고 나왔다. 2021년 3월에는 윤석열이 검찰총장 사퇴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로 급부상했다. 역대 대통령선거 구도 역시 투표 1년 전에는 안갯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2016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이 10%포인트 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16대 대통령선거 1년 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대에 불과했다. 실제 2002년 대선에서 맞붙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은 그즈음 30%대였다.

분명한 문재인 투표층의 마음, 부동층 적어

1년 뒤를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현재 구도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차기 대선주자로 다음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십니까’. 최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질문이다. 그 결과는 대체로 이름과 숫자로만 기억된다. 윤석열 29%-이재명 24.6%-이낙연 13.9%(한길리서치-쿠키뉴스 3월10일), 윤석열 32.4%-이재명 24.1%-이낙연 14.9%(한국사회여론연구소-TBS 3월8일)와 같은 식이다.

<한겨레21>은 여기서 좀더 자세한 분석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질문은 같았다. ‘차기 대선주자로 다음 인물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온라인 설문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2월22~26일 전국 만 18~59살 성인 2천 명에게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물었다. 범여권에서는 이재명 지사(34%)-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12%)-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4.7%) 순서로 지지율이 높았다. 범야권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3.2%)-윤석열 전 검찰총장(10.4%)-홍준표 의원(4.9%) 차례였다. 조사 당시에 윤석열 검찰총장직 사퇴(3월4일)라는 변수는 반영되지 않았다.

응답을 여러 갈래로 나눠서 분석해봤다. 여야 지지층 모두에게서 몇 가지 공통분모가 발견됐다. 먼저 2017년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던 응답자들(1135명·이하 문재인 투표층)은 지금 누구를 지지하는지 살펴봤다(표1 참조).

여당 핵심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문재인 투표층의 마음은 비교적 분명했다. 이재명(44%)-이낙연(16.8%)-유시민(5.5%) 순이었다. 순서는 전체 응답자(2천 명) 결과와 같았다. 그러나 후보마다 지지율이 더 높았다. 부동층도 훨씬 적었다. 전체 응답자의 37.3%가 부동층인 것과 달리, 문재인 투표층에서는 24.5%만 지지하는 후보를 찾지 못했다.

이재명 지사는, 2017년 문재인 후보를 찍었으나 2021년 현재 정부에 부정적이거나 판단을 유보한 응답자층(390명)에서도 40%가량 지지를 받았다. 김태영 글로벌리서치 상무는 “문재인 투표층, 민주당 지지층, 차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고 동의하는 층에서 모두 이재명 1위, 이낙연 2위 순서의 지지율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재명 대세론으로 이어질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이 지사는 문재인 투표층 안에서도 40~50대 남성의 높은 지지(55% 안팎)를 받은 반면, 20대 여성 지지율(22.6%)은 다소 낮게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 1위인 이 지사에 대한 ‘쏠림 현상’(밴드왜건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정권 재창출’이 우선인데, 지금으로서 가장 경쟁력 있다고 생각되는 이재명 지사가 일종의 ‘1등 효과’를 누리는 셈”이라고 풀이했다. 설문 결과에서도 이런 배경은 확인된다. 차기 대선의 의미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는 ‘정권 재창출’(39.6%)과 ‘정권 교체’(30.8%) 의견이 비교적 팽팽하게 나온 반면, 문재인 투표층에서는 ‘정권 재창출’(58.3%)이 ‘정권 교체’(15.5%)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당 내부에서 실질적으로 친문 그룹의 지지를 끌고 다니는 대세론자가 없는 상태에서 마음을 줄 만한 후보가 없다보니 이재명한테 표가 쏠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여전히 이재명 지사가 아닌 제3후보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전체 응답자 ‘정권 재창출’ vs ‘정권 교체’ 비교적 팽팽

아직까지 강력한 대항마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재인 투표층 전체(16.8%)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24.6%)를 받긴 했으나, 추격 속도가 더디다. 문재인 투표층(1135명)에서 1% 넘는 지지를 보인 잠재적 대선주자는 유시민(5.5%), 정세균 국무총리(3.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1.8%) 정도다. 박용진 의원(0.8%), 김부겸 의원(0.5%),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0.5%)의 지지율은 핵심 지지층 안에서도 1%에 미치지 못했다. 여당 후보는 아니지만, 전체 응답자의 3.1%가 지지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쏠림 현상’은 범야권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투표층을 따로 살펴본 것처럼, 설문조사 결과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야당 지지층에서는 윤석열로의 결집이 확인된다. 스스로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397명) 가운데 윤석열 지지율은 21.7%다. 2020년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을 지지한 응답자(237명)의 30.4%, 현재 국민의힘 지지자(202명)의 34.2%가 윤석열을 지지했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층(139명)에서 43.9%의 높은 지지를 받았고 정치 성향 ‘보수’(15.1%)와 ‘중도’(14.2%) 사이에 쏠림이 크지는 않았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616명)에서는 윤석열(25.3%)-안철수(20%)-홍준표(10.2%) 순서로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

보수 21.7%, 국민의힘 지지자 34.3% ‘윤석열 지지’

다만 전체 응답자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13.2%)-윤석열(10.4%)-유승민 전 의원(7.3%)-홍준표(4.9%) 의원-원희룡 제주도지사(2.8%)-오세훈 전 서울시장(2.5%)으로 다소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40쪽 표2 참조). 이번 설문조사의 한계 탓이다. 일단 조사 시기상 윤석열 검찰총장직 사퇴라는 ‘컨벤션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야당 지지층이 많은 60대 이상이 설문 대상에서 빠져, 범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이 범여권보다 낮게 나온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대 지지율을 보이는 유승민 전 의원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7.3%)된 점 역시 젊은 세대, 중도층이 많은 응답자 특성이 드러난 결과다.

눈여겨볼 대목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바깥에 있는 대선주자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김태영 상무는 “범여권 지지 후보 1~2위가 모두 민주당 후보군인 데 비해, 범야권 지지 후보 상위권은 대부분 국민의힘에 속하지 않은 후보군”이라고 지적했다. 강력한 범야권 후보 등장까지 입당, 합당, 단일화 등 고려할 변수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결집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2022년 대선 승리를 가져올 열쇠는 결국 부동층 또는 중도층의 마음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범여권 대선주자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부동층이 10명 중 4명꼴(‘없다’ 21.9%+‘잘 모르겠다’ 15.4%)인 데 견줘, 범야권 대선주자의 경우엔 부동층이 응답자의 절반이 넘었다(‘없다’ 38.5%+‘잘 모르겠다’ 15.9%). 여기에 숨겨진 의미는 복합적이다. 단순히 대선 후보군에 대한 호불호 차원만이 아니라 정치 지형과 구도 자체가 현재 야권에 불리해져 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의 리더십이 확고한 상황에서 중도층은 양쪽으로 끌려간다. 그런데 2017년 탄핵 이후 보수층의 지지 기반은 무너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싫어도 차마 보수 야당을 찍지 못하고 고민하는 층이 일부 있다.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경선 결과에서 중도 지향적 후보들이 득표를 많이 한 게 대표적이다. 내년 대선은 보수가 결집해 이길 수 있는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을 얼마나 잠식할 수 있느냐가 키포인트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일부 스윙보터(여야 교차 투표층)가 흔들리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이런 이유로 차기 대선에서 ‘중도층의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거라고 전망한다. 여야 모두 소극적 지지층 또는 중도층이 여전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두 후보, 본격 검증 들어가면…

앞으로 남은 1년, 이재명과 윤석열이라는 ‘2강 체제’는 계속 유지될까. 이들은 중도층의 마음까지 흡수할 수 있을까. 김형준 교수는 “두 번의 변곡점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 번째는 4월7일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다. 승패에 따라 이낙연 전 대표의 입지가 달라지면, 여당 내 후보 구도가 바뀔 수 있다. 두 번째는 추석 민심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다. 김 교수는 “현재 윤석열과 이재명에 대한 높은 지지는 ‘새로움’에 대한 요구 때문인데, 대권주자로서 본격 검증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이회창 후보가 아들 병역 비리 문제로 한 방에 추락했던 것처럼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 역시 “각종 스캔들로 인해 윤석열과 이재명은 굉장히 많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 막상 대선 본선에 가면 안정적인 국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떠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품이 좀더 빠져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선까지 남은 1년. 유권자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누구를 제20대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인가.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어떻게 조사했나 | 9개월차와 4년차 비교 

조사대상 만 18~59살 2천 명(2017년 대선 문재인 투표층 1135명 포함)
조사방식 온라인 설문조사
조사시점 2021년 2월22~26일
조사기관 <한겨레21>·글로벌리서치
피조사자 선정방법 2021년 1월 기준 약 117만명의 스마트패널에서 무작위추출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 2021년 1월말 기준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셀가중 적용
비교자료 2018년 1월 <한겨레21>·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글로벌리서치 온라인 설문조사(<한겨레21> 제1201호 표지이야기 참조)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지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문재인 투표층)들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차기 대선 주자 누구에게 표를 던지려 할까. 이 답을 찾기 위해 <한겨레21>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2월22~26일 전국 만 18~59살 성인 2천 명에게 59개 질문 항목이 담긴 설문지를 보내 답을 받았다.
앞서 2018년 1월에도 <한겨레21>은 거의 유사한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제1201호 표지이야기 ‘‘같은 듯 다른’ 문 지지자들’ 참조). 당시 여론조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이른바 ‘문재인 투표층’ 1053명을 세부 분석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번에도 <한겨레21>은 ‘문재인 투표층’이라고 응답한 1135명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이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두 설문 결과를 통해 문재인 정부 9개월차와 4년차에서 문재인 투표층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고자 했다.
온라인 여론조사 방식은 심층적인 여론을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보통 10~15개 문항을 묻는 전화면접조사나 전화자동응답(ARS) 방식에 견줘, 더 많은 질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60대 이상의 응답을 고르게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응답자는 전체 인구 분포에 맞춰 성별·연령·지역 등을 나눠 표집하는데,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이상과 지역에 관계없이 7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온라인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는 60대 이상 응답자가 빠졌다. 상대적으로 야당이나 범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이 높은 60대 이상의 응답이 없어 여당이나 범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편향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투표층’의 내년 대선 표심은 세 부류로 나뉘는 것으로 조사됐다. ①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예정(계속 지지) ②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할지 미정(지지 유보) ③국민의힘 등 다른 정당에 투표할 예정(지지 철회). 여론조사의 단답형 질문만으로는 표심의 속내를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좀더 입체적으로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이 세 경우에 해당하는 유권자를 찾아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연령·성별을 고려해 섭외하려 노력했다. 예컨대 ①계속 지지의 경우 30~50대 남성 ②지지 유보는 20~40대 여성 ③지지 철회는 20대·50대 남성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과 정치학자, 정치평론가 등에게도 설문 결과를 알려주고 조언을 구해 해석의 객관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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