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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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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호날두 이긴 손흥민…6일 새벽 브라질과 격돌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에 2대1 승리
한국, 조 2위로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우상’ 호날두와의 맞대결 완승…결승 골 도움
등록 2022-12-04 03:50 수정 2022-12-06 07:28
3일 오전(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손흥민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손흥민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손흥민은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주저앉았다. 두 손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머리를 감싸고 엎드려 울었다. 그러나 16강 진출은 결정되지 않은 상황. 손흥민은 다시 일어섰다. 동료들과 경기장 한가운데로 모였다. 길었던 8분이 지나, 약 25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경기장에서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우루과이의 2대0 승리.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다시 울었다. 그리고 웃었다. 4년 전, 8년에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과는 다른 기쁨의 눈물이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2대1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이다.
3차전 경기 시작 전만 하더라도 대표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2차전까지 1무1패의 성적을 거둔 한국은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었다. 이기더라도, 우루과이와 가나전의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김민재·황희찬 교체명단에 벤투는 관중석에서

경기 시작때 대표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2차전에서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강인이 선발 명단에 포함됐지만, 수비의 핵 김민재가 오른쪽 종아리 통증으로 처음으로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황희찬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2차전 종료 이후 레드카드를 받은 파울루 벤투 감독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초반부터 흐름을 가져갔다. 전반 4분, 포르투갈의 오른쪽 수비수 디오구 달로트가 한국 수비진영에서 공을 잡았다. 달려드는 김진수를 순식간에 제치고 들어간 달로트는 김영권을 앞에 두고 공을 뒤로 살짝 밀어줬다. 달려오던 히카루두 오르타가 지체하지 않고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전반 5분도 채 지나기 전에 허용한 실점이었다.
만회할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전반 26분, ‘골 넣는 수비수’ 김영권이 코너킥 상황에서 넘어지면서 한 왼발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강인의 코너킥이 조규성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명이자 포르투갈의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공을 피하려 허리를 숙였는데, 등에 맞고 공이 김영권 앞으로 떨어진 것이다. 환상적인 ‘어시스트’였다.
금세 동점을 만든 한국은 계속해서 포르투갈의 골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FIFA(피파) 랭킹 세계 9위의 포르투갈은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전반 33분과 41분 연달에 포르투갈에게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41분엔 김승규가 막은 공이 골문 바로 앞에 있던 호날두에게 흘렀다. 호날두는 몸을 날려 헤더를 했지만, 옆으로 빗나갔다.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이었다.

‘캡틴’의 질주와 ‘황소’의 마무리

후반 20분, ‘황소’ 황희찬이 이재성과 교체돼 투입됐다. 이번 월드컵 첫 출전이었다. 황희찬은 들어오자마자 중앙에서 특유의 저돌적인 드리블을 시도했다. 1분 뒤엔 전방 압박으로 한국의 결정적 역습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1차전 선발로 나왔던 황의조도 투입됐다. 득점만 터지면 되는 상황에서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정규시간 45분이 지났고 전광판의 시계는 멈춘 상황. 대기심은 6분의 추가시간을 알렸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코너킥이 올라왔다.
이때 대표팀 선수들은 손흥민을 제외하고 모두 페널티 박스 안에 있었다. 수비 머리를 맞고 나온 공이 손흥민 앞에 떨어졌다. 넓게 펼쳐진 공간으로 손흥민은 달렸다. 10초도 되지 않아 우리 수비진영에서 상대 진영 페널티 박스 앞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금방 수비 3명에 둘러싸였다. 슈팅은 어려워 보였다. 달리기를 멈춘 손흥민이 고개를 들었다. 옆에 달려오는 황희찬을 봤다. 그리고 포르투갈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넣었다. 손흥민 뒤에서부터 쉬지 않고 달려온 황희찬은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흘러가는 공을 그대로 오른발로 꺾어 때렸다. 포르투갈 골키퍼가 나왔지만 공은 반대편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6분 뒤,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한국의 2대1 승리였다. 3차전 마지막 경기에서 포르투갈을 꺾은 한국은 1승1무1패(승점 4점)를 기록해 조2위로 16강에 올랐다. 우루과이도 승점 4점으로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한국이 앞섰다. 가나는 1승2패(3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까지 16강 티켓을 거머쥐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는 모두 3팀으로 늘어났다. 월드컵 역사상 아시아 국가 3팀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안아줬다. 20년 전, 2002년 월드컵 당시 포르투갈 대표팀 선수로 한국에 패했던 벤투 감독은, 이번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조국 포르투갈을 꺾었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 앞서 대표팀 손흥민과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진영 선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 앞서 대표팀 손흥민과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진영 선택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우상을 넘고 16강에 오르다

이번 3차전은 양 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과 호날두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손흥민은 그간 인터뷰나 자서전에서 항상 호날두를 자신의 ‘우상’이라고 언급했다. 프로리그에서 호날두와 상대를 한 적은 있었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7년 호날두와 손흥민이 처음 대결을 펼칠 때만 하더라도 손흥민의 가치는 호날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손흥민은 말그대로 ‘폭풍성장’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로 불리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선수가치도 올해 기준으로 손흥민이 호날두의 3배 이상 높아졌다. 문제는 월드컵 직전 당한 ‘안와골절’ 부상이었다.
1차전 우루과이 전부터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손흥민은 부상을 의식한 듯 조심스럽게 경기를 뛰었다. 전반전 우루과이 수비 두 명을 연달아 제친 모습이나, 후반전 상대 골키퍼의 실책을 틈타 슈팅까지 이어갈 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유효슈팅은 기록하지 못했다.
다만 우루과이전에 이어 가나와의 2차전에서도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나온 손흥민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유효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은 가나전 종료 이후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팀을 잘 이끌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특히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3차전 포르투갈 전에서 손흥민은 우상 호날두를 넘었다. 전반전 한국의 동점 득점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호날두는 득점 없이 후반 20분 교체됐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 선수들은 호날두의 추가 득점을 도우려는 듯한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지만 끝내 득점을 하지 못했다. 반면 손흥민은 후반 추가시간 드리블 돌파에 이어 침착한 패스로 역전 득점을 도왔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어주고 희생해주고 한 결과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오는 6일 새벽(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G조 1위 브라질과 16강전을 치른다. 지난 6월 평가전에서 한국은 브라질에 1-5로 패한 바 있다. 평가전 패배를 딛고, 브라질을 넘을 수 있을까. 손흥민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16강 올라가는게 저희한테는 가장 큰 목표였고, 다가오는 경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축구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 며칠동안 준비해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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